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죄인? 병자?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4 조회수721 추천수7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2,13-17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하느님 앞에서 '건강한 사람'이나 '의인'은 물론 없을 것이다.

주님 앞에서 우리는 어느 면으로든 다 병자이고, 죄인임이 분명하기에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고
모든 사람을 부르러 오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병자이며 죄인이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왔다." 하시지 않고
(모든 병자들 중의) '건강한 이',
(모든 죄인들 중의) '의인'을
구별하여 말씀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

병원에 꼭 가야하는데도 두렵고 귀찮아 시기를 놓치는 사람도 있고,
모든 병을 자가진단하며, 병 찾기에 골몰하는 사람처럼
의사 말도 신뢰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떠도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어떤 타입인가?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너무나 손쉽게, 적당히,
자신이 병자들, 또는 죄인들이라고
자가진단(自家診斷)하고 있다.

그러나 말은 '죄인'이라면서도 실은 어떤 구체적인 죄를 짓고 있는지
그 정도나 결과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또 인간 본성의 유약함 때문에 일어나는 유혹과 갈등까지도
죄라고 스스로 단죄해버리는 오진(誤診)도 많다.

자신이 혼자 만든 강박적 규범에 얽매여,
교회에 나온 이후로 더 큰 죄의식에 사로잡혀 고통받는
불행한 자가진단 '죄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사는 게 몽땅 죄지유!"하는 순박한 촌로도 아니면서 
얼렁뚱땅 그렇게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구체적인 죄상을 들여다보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안토니 불룸은 "마귀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기 자신을 명상하는 허무일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만큼 처참하고 힘들지만 자신을 자알 들여다보고
그 고통 안에 일정 기간 머물 결심만 있다면 그것은 은총이다.

하느님이 떠나버린 것 같은 두려움과 좌절 속에 머물러
"구해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때,
주님의 치유는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고
그분의 현존은 죄인의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바로 그때 주님은 명의가 되는 것이고
우리는 구체적인 그 병에서 성하게 되는 것이다.

레위 역시 자신의 참상을 잘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자신을 구해줄 어떤 분을 늘 갈망했기에
그의 앞에 오셔서 그를 부르시는 음성을 놓치지 않고
즉시 따라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정말로 치유해줄 수 있는 분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자신의 병이 정말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모든 병자들 가운데 그래도 조금은 건강한 사람이 아닐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분을 따라나섰으면서도
자꾸 부르셨는지 아닌지 의심을 갖는 것은
마치 의사에 대한 신뢰심을 갖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떠돌아 다니는 염려증 환자와 같다.

우리도 레위처럼 부르심을 받아 따라나선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늘 확신에 찬 건강한 상태로 있지 못하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때로는 중병에도 시달린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은 정상인 것이다.
우리는 철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때마다 우리의 주치의이신 예수님께 나아가
치료를 받고, 다시 성하게 되어
자신의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는 건강한 사람인척 해서도 안되지만.
공연히 아무 때나 죄인이며 병이 들었다고 비하할 것도 없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