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5 조회수837 추천수9 반대(0) 신고


 

독서: 1사무 3,3ㄴ-10.19 예전, 어느 본당, 성경공부반에서의 일이다. 자기 본당도 아니면서 멀리서 오는 자매가 있었는데 시각장애인이었다. 한 자매가 꼭 태워다 주고 태워가야 하는데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성경공부를 하러 온다는 사실에 용기가 대단하구나 하면서 감탄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저러다 얼마 안있어 그만두려니..' 했다. 그런데 결석은 딱 한번, 태워다 주는 자매가 사정이 생겨서 못 온 때문이었다. 어느 날, 오늘 독서의 부분, 즉 사무엘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하는 장면을 해설하고 나의 묵상을 들려 주었다. 어떤 자매가 불쑥 말하기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대목 안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들어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우린 장님인가봐요! 성서를 읽어도 그런 것이 보이질 않으니..." 순간적으로 그 시각 장애우는 흠칫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장님"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놀란 듯 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이지만, 그 자매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가 보았다. 말을 꺼낸 자매는 당황하여 얼른 입을 가렸고, 옆의 자매도 옆구리를 꾹 찔렀다. 약간의 썰렁한 분위기가 돌출되었다. "그렇습니다. 우린 다 장님이고 소경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소경을 고쳐주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본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니고, 못 본다고 다 못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뿐입니까? 우린 다 벙어리, 귀머거리입니다. 그래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내 입에서는 사태를 수습하려는 생각에서 재빨리 이런 말들이 흘러나왔다. 뭐라고 했는지 다 기억도 안나지만, 시각 장애 자매의 이야기를 아예 드러내놓고 했다. 자매는 자신이 읽지도 못할 교재를 첫날부터 샀다. 내가 염려하니까 교재를 읽어주는 봉사자가 있다고 했다. 개신교 신자가 책을 읽어주는 일을 맡아해준다고 했다. 책도 읽어주고, 성경도 읽어주고. 자매는 개신교에서 나온 성경 CD를 미리 듣고 온다고 했다. 우리 것도 TAPE 로 나온 것이 있다 하니까. 그것은 필요한 대목만 바로 찾을 수가 없고 여러번 듣다보면 늘어나서 못쓰게 된다는 것이다. CD 가 편리한 것은, 컴퓨터로 자기가 원하는 대목을 입력하면 거기부터 찾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매는 성경 강의도 모두 녹음해갔다. 그걸 집에 가서 다시 듣고, 다음 시간에 공부할 성경 대목도 미리 찾아서 듣고 왔다. 반신반의하던 나도 차츰 그 자매에 대해 생각을 달리 했다. 예리고의 소경 처럼 온갖 방해와 장애를 뚫고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늘 바치는 시작기도의 한 대목을 바칠 때, 갑자기 눈이 흐려지고 목이 메여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주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 눈을 여시어 주님의 길을 보게 하시고... ......" 바로 눈 앞에 앉아있는 눈먼 그 자매 때문이었다. '저렇게 간절한 열망으로 당신을 보길 원하는 데 저 자매의 영안을 열어주시어 아무나 보지 못하는 당신의 모습을 꼭 보여주소서!' 수강자들이 나머지의 기도를 하는 동안, 내 마음 안에서 간절히 자매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매번 시작 기도를 할때마다, 마음 속에는 따로 자매를 위한 기도를 바치곤했다. 나는 자매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사무엘의 소명 이야기를 마저 끝냈다. "사무엘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알아듣고, 응답할 수 있었던 것은 대사제 엘리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엘리는 영적도서일 수도 있고, 성서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우리 옆에 있는 어떤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사제나, 교사나, 어떤 훌륭한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설마? 하는 변변찮아 보이는 이웃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 성경 공부반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씀하시고 계신다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에스텔 자매의 이 모습이 바로 엘리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에스텔 자매님은 볼 수 없는 눈을 가지고도 성서를 읽어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서 미리 읽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도, 성서를 옆에 두고도 읽지 않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교해보십시오. 이런 에스텔 자매의 영적 눈은 이미 열려있는 것입니다." 아, 그 때, 나는 보았다. 그 자매의 천정을 향해 치켜뜬 눈동자에서 유난히도 굵은 눈물 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 아, 나는 그때 알았다. 에스텔 자매가 흘린 눈물은 위안을 얻은 자매의 눈물이라기 보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소경, 귀머거리와 같은 우리들 때문에 흘리시는 하느님의 눈물 방울이라는 것을. "주님 말씀하십시오. 제가 듣고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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