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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전(聖戰)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6 조회수731 추천수6 반대(0) 신고

독서: 1사무 15,16-23

"''가서 저 아말렉 죄인들을 완전히 없애 버려라. 
그들을 전멸시킬 때까지 그들과 싸워라.'' 
주님은 아말렉인들을 모두 전멸시키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나 사울은 명령을 어기고 아말렉 왕 아각을 사로잡고,
전리품 중에서 양과 소를 끌고왔다.
그것으로 주 하느님께 제사를 바치려던 것이었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아각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인도적 처사이고,
좋은 노획물을 추려낸 것은 현명한 처사일 수 있다.

그러나 사울은 그 때문에 사무엘에게 질책을 받고
끝내는 왕위에서 배척을 받게 된다.

구약에는 현대인으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잔인한 법들이 있다.
노약자를 불문하고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하고
전리품은 남김없이 없애버려야하는 헤렘법도 그 중 하나이다.

여호수아에 나오는 아간의 범죄 역시 
전리품을 몰래 감춰놓았다가 그 일족이 처벌을 받았다. 
이러한 성경 대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헤렘법은 고대 부족과 부족 사이의 전쟁에서 널리 행해졌던 법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전쟁이 아니라 성전(聖戰)으로서 
고대인에게는 일종의 종교 행위이다.

부족들은 전시(戰時)에 영도자의 소집에 따라 모두 응해야한다. 
왕이 없던 시대에,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명령에 
응하는가 응하지 않는가의 문제는 
바로 신(神)에 대한 신앙을 재는 시금석이었다. 

전투에 참가하는 모든 백성들은 기꺼이 나서야 했고
성행위를 삼가는 등의 엄격히 정해진 규율도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신이 참가하는 거룩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 성전(聖戰)의 목적은 신의 위엄을 적들에게 떨쳐서 
자기들의 신께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전투의 승패는 신의 위력과 직결되고
노획물은 전부가 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헤렘법은 카리스마적 영도자의 시대가 가고
세습적인 왕이 다스리던 성전시대에는 서서히 사라졌다.
후대의 왕들은 자기 뜻대로 노획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울 시대에는 아직 그 법이 존속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아직 왕으로서의 기반을 다지지 못했고
판관과 왕의 과도기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그는 헤렘법에 따라서
아말렉족을 완전히 멸망시켰어야 했다.
아말렉족은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를 방랑할 때부터 
틈만 있으면 자기 민족을 약탈하였던 숙적이다.

이스라엘이 필리스티아인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을 때
아말렉족이 또다시 이스라엘 남쪽을 침공하자 
사무엘은 남자, 여자, 어린이, 가축, 재산 할것없이 
모조리 쳐부수라고 명령하였다.
이제야말로 그들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하려던 것이었다.   

이런 고대의 상황 하에서 성경의 구절들을 읽어야한다.
그들은 일치단결하여 일사분란하게 적들을 응징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없애버려야 했다.
그들의 문화적, 종교적 유산들을 멸절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들에게 철저히 물들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신의 신의 능력을 보이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이 법은 지금에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적용될 수 있는가?

성경을 일점일획도 틀림없이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근본주의자들은 아직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성전(聖戰)이라는 미명아래, 타 종교인들을 학살하고
타 민족을 마구잡이로 개종시키려고 광분한다면
시대착오적인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지금은 고대의 부족 국가 시대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왕권시대에도 그 법은 더이상 적용되지 않았다.

헤렘법이 아무리 잔인하고 야만적으로 보이더라도
현대의 무자비하고 광범위한 살상 행위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파괴력이 작다.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자행되는 타 종교인에 대한 학살과 만행을 
성경의 이름으로, 그리스도교의 이름으로 더이상 행하지 말라.

성경 해석!
그것도 시대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새술만 새부대에 담는 것이 아니다.






바흐 / 마태수난곡 중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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