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돌이켜 다시 태어날 수 없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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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경희 | 작성일2006-01-17 | 조회수758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중학교 다닐때에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때에 나름대로 충격적인 것을 보았는데요, 이곳도 한국과 같이 교복을 입어야 했습니다. 정해진 학교 교칙에 따라 여학생은 검정 스타킹을 신었어요. 그런데, 여학생들 중 구멍나고 올이 다 풀린 스타킹을 신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때 저는, 한국 정서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한국에서는 저 뿐아니라, 대부분 여학생들의 책가방 속에는, 새 스타킹 한두개씩은 꼭 넣고 다녔습니다. 혹시 올이 풀려버릴 것을 대비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곳의 학생들은 어제 신던 구멍난 스타킹을 오늘도 신었고, 또 내일도 신고, 그 해 겨울이 다 지나도록 번갈아 신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처다보거나, 놀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십년이 넘게 살아가면서 제가 느낀 점은, 사람들이 참으로 검소하다는 것 입니다. 물질만능 주의 사회에서 살다보면, 때로는 이런 검소함이, 궁상맞게 비추어 질 수도 있습니다. 저또한 어린 학생의 나이였지만, 구멍난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검소함을 찾기보다는, 우습다는 마음을 먼저 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이곳사람들의 그런 검소함이 제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줍니다. 언뜻 보기에도 수십년 되보이는, 낡은 구두와 가방으로, 한껏 멋을 부리신 할머니가, 할아버지 손 꼭 붙잡고 데이트 하시는 모습... 찢어지고 낡은 지갑속의 꼬깃꼬깃 지폐를 내밀어 계산하는 사람들의 모습... 참 행복은 결코 물질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모습들입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된다. 나는 이미 그를 배척하였다. 나는 사람들 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사무엘 상 16:7)
오늘 제1독서 에서는, 하느님께서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뽑아 세우시려, 사무엘을 다윗가족에게 보내십니다. 다윗의 형제중 엘리압을 본 사무엘이, 그엘리압이 기름부어 탄생할 왕으로 오해를 하자,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 이십니다.
하느님은 결코 우리와 같이 사람을 보시지 않으신다 하십니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께서는 마음을 보신다고 하십니다. 그래요, 제 눈은 아직도 멋지고 광나는 옷을 걸친 모습이 더 매혹적으로 보입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모습에 제 눈은 먼저 휘둥그레 돌아갑니다.
사람의 눈은, 주님의 눈보다 어둡고도 어두워, 보이는 것만 볼 줄 아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눈이 아주 밝고도 밝으시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을 동시에 보실 줄 아시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어리석은 인간의 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오늘 주님께서 제게도 당신 꼭 닮은 밝고도 밝은, 새로운 눈을 주십사 청하여 봅니다... ^*^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다윗왕이 오늘 기름부어져 왕으로 명 받았습니다. 천하를 다 얻고도 하느님 앞에 엎드려 회개하는 겸손함이, 매일 아침기도시간 마다 제 가슴을 울립니다. 제가 잊지 않고 꼭 아침기도 시간마다 함께 드리는 다윗의 기도입니다.
"주님, 잘난 체 하는 마음 제게 없삽고, 눈만 높은 이몸도 아니오이다. 한다 한 일들을 쫒지도 아니하고, 제게 겨운 일들은 하지도 않나이다. 주님, 제 영혼을 당신 평화로 지켜주소서."
저는 조금만 얻게되어도, 금방 교만에 빠져버리곤 합니다. 조금만 알게 되어도, 모두다 아는 것 처럼 잘난척 하곤 합니다. 어쩔수 없이, 어둡고 어리석은 눈을 가지고, 잘난체 하는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다시 돌이켜 다시 태어날 수 없기에, 그저 주님앞에 엎드려 청합니다.
아버지, 당신 딸을 기억하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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