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옆에 서서 함께 울어드리기라도 하겠습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8 조회수716 추천수10 반대(0) 신고

지난 연말에 친구들과 여행길에 올랐었습니다.

여행지는 산골속에 파묻힌 한 산장이었기에,

해가 떨어지면 산장에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첩첩산중 이었거든요.

산장안에서 우리 9명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밤새 술과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좋았지요, 우리 하느님이야기를,

함께 나눌 시간이 충분 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세 굳어질 대로 굳어진 그들의 완고함에,

제가 할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이지요.

하루는 이런 날도 있었는걸요,

마치 빌라도 앞에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라고 외치던 군중들 같은 얼굴을 하고, 

그들은 저더러 앞으로 하느님 이야기를 하려거든,

이 컵에 양주를 가득채워 원샷을 하면 하게 해주겠다며 마구 웃어댔습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나의 하늘, 나의 생명, 나의 주인을 그깟 술 한컵에 견주어 대며,

요절복통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아무말도 더이상 이어갈 수 없던 제 모습에 화가 났고요,

그 순간 침묵으로 그 모욕을 다 받아내고 계신 주님을 생각하니,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내 눈앞에 하느님이 나타나면 그때 믿어주겠다 하고,

어떤 사람은, 왜 꼭 성당이나 교회를 나가야만 하느냐며 따지고 들고,

어떤 사람은, 종교얘기는 끝이없다며 그만 하자하고,

어떤 사람은, 그 많은 기적들이 네 눈앞에서 일어난 것 아니면, 말하지 말라하고.

어떤 사람은, 나는 천주교 세례를 받을 예정이지만, 믿지는 못하겠다 하고...

더욱 가슴아팠던 사실은 이들중 거의 대부분은 세례받은 사람들 이었다는 것이죠...

 

저는 조용히 밖으로 나가서 주님을 불렀습니다.

착하기만 하신 우리 주님께서는,

그날밤도 제게 "들어주어라... 들어주어라..."... 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러나 당돌하게도 저는, 싫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 모욕을 다 참아내고 계신 주님을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었던 것이예요.

주님께서는 "나였다면 어떻게 했겠니..." 라고 물으셨어요.

더이상 골룸바는 화를 낼 수도 없었고, 싫다고 반항할 수도 없었습니다...

진정 주님께서 바라고 계시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지요.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것을 내어 놓으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못 참아내실 일 또한 없다는 것을 가슴으로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는 그날밤 주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저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사람 바로 제가 될 것이라고 말예요 ^*^

 

완고함으로 굳어질 대로 굳어진 사람,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하느님이, 세상사람 모두의 하느님이라 자부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오십니다.

저를 통해 이루시려는 당신의 뜻과,

다른 이들을 통해 이루시려는 주님의 뜻이 같을 것이라 생각했던,

제 무지함과 교만을 타고, 사탄은 그날도 제게 깊숙히 침투하려 하였던 것이예요...

그리고 그날부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상황이 되면,

우리 예수님께서는 이럴때 어떻게 하실까...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

 

오늘 제1독서에서는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사무엘 상 17:32~51),

그리고 복음말씀 (마르코 3:1~6)을 통해,

완고한 바리사이들의 마음에 깊이 슬퍼하시는 예수님을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 하느님의 빽으로 당당히,

전사 골리앗 앞에 선 어린 다윗소년의 모습...

그리고 예수님을 귀신같이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인들...

그런 그들을 번번히 부끄럽게 만드시는 우리 주님의 모습...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믿고,

어떠한 상황이든, 두려움 없이 하느님께 의탁할때,

그런 용기와 권위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골룸바는요, 무식하리 만큼 하느님을 믿고, 신뢰하고 싶습니다.

그런 저를 사람들이 바보같다며 수군덕대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늘 멋지고 행복한 저의 모습만 상상하다가,

놀림감이 되어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니,

실망스러울 것 같던 제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제 손을 잡고 계신 우리 주님이 보이거든요 ^*^

 

오늘 아침도 골룸바 눈물을 뽑고야 마시는 우리 주님...

당신께서는 제 눈물을 사랑하시나 봅니다.

이젠, 저도 당신의 눈물까지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이 눈물을 흘리고 계신 그곳에,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당신을 도와 드리지는 못하더라도,

당신의 눈물을 닦아 드리지는 못하더라도,

당신 옆에 서서 함께 울어드리기라도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ㅠㅠ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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