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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의 현실에 뿌리내린 영성"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18 조회수633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6.1.18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사무 상17,32-33.37.40-51 마르3,1-6

                                              




"땅의 현실에 뿌리내린 영성"



땅의 현실에 뿌리내린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런 삶의 현실에서 검증된 영성이 진짜입니다.

어느 자매님이 들려 준 어렴풋이 기억하는 잊혀 지지 않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방황하던 자매인 데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면서 마음이 안정됐다고 합니다. 전에는 숱한 생각들로 마음이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들도 말끔히 사라졌다 합니다.”

즉각적인 저의 대답입니다.

“하늘의 위태한 삶에서 땅에 내려와 비로소 뿌리내리기 시작했음을 뜻합니다.
땅의 현실과 유리되어 방황하기에 파생되는 숱한 문제들입니다.”

삶은 평범한데 자꾸 특별하게 살려하기에 문제라는 것입니다.
문득 어디선가 읽은, 아주 자주 인용하는 두 예가 생각납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라는 이야기와 ''수도원에서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이는 원장과 재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독신의 평신도나 수도자들,

자칫하면 현실보다는 이상 속에서의 삶이되기 쉽습니다.
삶에 현실성과 절실함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입니다.
지금 여기의 현실을 직시하여 아주 실제적이고 단순하게 삽니다.
배워서 익히는 지혜가 아니라 현실 삶 중에 체득하는 지혜입니다.

구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단순하게 만드셨는데 사람은 자꾸 복잡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현실적 삶에서 본질을 직시하는 지혜가 나옵니다.
하느님의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두 부류의 사람들의 극명한 대조 속에 이런 진리를 확인합니다.

다윗과 골리앗, 예수님과 바리사이의 대결,
외견상 아마추어와 프로의 대결 같습니다.

양을 치던 목동 다윗과 싸움터에서 뼈가 굶은 전사 골리앗,
그리고 떠돌이 설교가 무학의 예수님과

신학과 논리로 무장한 바리사이와의 대결, 전혀 승산이 없어 보입니다.

한 번 이들의 전투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너는 칼과 창을 들고 나왔지만,

나는 네가 모욕한 이스라엘 만군의 주님이름으로 나왔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하느님 믿음에서 나오는 본질 직시의 단순한 지혜로
골리앗의 허점을 예리하게 집어내,
마침내 승리의 기적을 이룬 다윗 소년이었습니다.

손에 칼도 들지 않고 무릿매 끈과 돌멩이 하나로
완전 무장한 거인 전사 골리앗을 쓰러뜨렸습니다.

예수님 역시 본질을 꿰뚫는 한 물음으로
지식으로 무장한 바리사이에 케이오(KO)승입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이미 물음에 답이 자명하게 들어있으니

묵묵부답, 답변을 못하는 바리사이들입니다.

지식더미 복잡한 삶에 묻혀 질식사한 바리사이들의 삶의 지혜 같습니다.

현실적 지혜가 결여되면 마음은 완고해질 수뿐이 없습니다.
이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한 말씀으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다윗과 예수님, 인간 눈에 아마추어지만,
하느님 지혜로 무장한,

땅의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린 하느님의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매일 미사은총이 우리에게 이런 영성을 확고히 해줍니다.

현실의 땅에 뿌리내린 영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언제나
                                     
높이보다는
                                     
깊이를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을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을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시끄러움보다는
                                     
고요함을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을
                                     
부수적인 것보다는
                                     
본질적인 것을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언제나
                                     
하느님만을 추구하는 영성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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