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당신 다리 아픈건, 아니 보이시나 봅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20 조회수968 추천수15 반대(0) 신고

퇴근후에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리면 저희 집에 다다릅니다.

묵주기도를 하면 딱 좋은 시간이기에,

잊지않고, 묵주기도를 드리며 그날 하루를 중간점검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언젠가 이옥 스콜라스티카 자매님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묵주기도를 드릴때,

더욱 크게 성호경을 하신다는 말씀에 크게 감명을 받았던 골룸바는,

옆사람 잠시 잊고, 더욱 크~게 성호경을 하고 시작합니다 ^*^

그리고, 기도가 끝나면 바로 집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지요.

 

늘 걷는 길이지만, 언젠가 부턴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주님을 만나뵙니다.

뭐라 말로 표현하고, 설명하기 힘들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이, 매일 같은 시간 저를 반겨줍니다.

매일 다른 색의, 다른 모양의 구름으로 장식되어 있는 하늘이지만,

하루는 제눈에 이쁘지 않게 보였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주님께 여쭈어 보았지요...

"오늘은, 하늘색이 너무 탁해요!"

 

날씨도 아주 맑은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순간,

청초하고 깊은 푸르른색이 아닌, 탁하디 탁하게 보였어요.

 

주님께선, 제게 하늘과 가장 닮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셨습니다.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바다" 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럼 바다는 늘 같은 색이냐고 다시 물어 보셨어요.

저는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살았었기에, 바다의 변화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바다의 색도 달라진다고 대답해 드렸습니다.

 

주님께서는 다시, 그럼 그 바다의 색은 무엇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느냐 물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다시, 하늘의 색에 따라 바다의 색도 달라진다고 대답했습니다.

하늘이 바다를 비추기 때문 인것 같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래서 하늘과 바다는 서로 닮았다고 말예요.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희들의 모습이 늘 맑고 청초했으면 좋겠구나..."...

 

저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함에, 부끄러움에...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요, 하늘색에 따라 바다의 색만 달라지라는 법은 없지요,

우리들의 탁하고, 미지근한 모습에 주님께서는 얼마나 힘드실까요.

우리들의 죄에, 주님께서는 얼마나 더 고통을 참으셔야 할까요.

 

가끔 여러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차단을 시키는 마음을 느낍니다.

이 얼마나 주님을 괴롭히는 일인지,

늘 흐리멍텅하게 주님 주변만 서성이며 살았던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늘 세상과 하느님 사이에서, 이리저리 저울질 하며 주님을 조롱하는 우리들...

일단 내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먼저 보아 버리는 어리석은 우리들...

세상일에는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섭니다.

그만큼 알아줄 이도, 칭찬해 줄 이도 주변에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우리 주님은 늘 뒷전입니다.

보이지도 않고, 내가 딱히 죄를 짓는다 해도,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언젠가 주님께서 나도 불러주시겠지...

그때가 되면, 나도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면 되는거지 뭐...

설마~ 죽기 전에는 날 회개시켜 주시겠지...

 

뜨뜨미지근한 우리들의 마음들이 이땅에서,

하늘의 색을 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밖에는 해보신 적이 없는, 아기같이 순결한 우리 주님께,

너무 모진 학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은 주님께서 열두 사도를 뽑아 세우십니다. (마르코 3:13~19)

성서말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쫒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주님께서는 우리모두를 성령세례를 통해 당신의 사도로 임명하셨습니다.

우리를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기 위함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고,

마귀들을 쫒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기 위함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복음을 얼마나 선포하며 살아가나요,

간혹 마귀들을 쫒아내는 권한을 가진 신자들을 보면,

마치 무당보듯 하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지내고 싶어 우리를 사도로 임명하신,

주님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하나요.

늘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아 주님을 기다리게만 해드리는 것은 아닌가요.

아니, 아주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요...

 

오늘따라 가슴이 아프네요...

제 가슴이 이렇게 아픈걸 보니, 당신 마음은 얼마나 아프신가요.

제가 오래 걸어,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댈때,

당신은 어떻게든 저를 앉혀 놓으시고,

주변을 계속 서성이십니다. 제가 아픈게 안쓰러우셔서요...

제 다리가 아픈것만 아시고, 당신 다리 아픈건, 아니 보이시나 봅니다...

 

주님! 어서 앉으세요...

이제는 제가 일어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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