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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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묵화(水墨畵)같은 삶"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21 조회수637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6.1.21 토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사무 상1,1b-4.11-12. 19.23-27   마르3,20-21

                                                       

 

 

 

 

"수묵화 (水墨畵)같은 삶"

 

 

 

한 많은 삶, 한 맺힌 죽음 참 많을 것입니다.
문득 사제는 한을 풀어주고 치유해주고 승화시켜주는 ‘하느님의 무당’같고,
이 거룩한 미사는 ‘하느님의 굿’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 미사마다 참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한과 상처의 그늘이 삶을 깊게 합니다.
그늘의 깊이가 없는 예술은 결코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없다 합니다.

 

얼마 전 써놓은 글 나눕니다.

 

‘천연색(天然色) 사진보다,
빛과 그늘,
흑과 백이 신비로이 조화된,
흑백 사진이 좋듯이,
천연색,
마음 들떠 가볍게 하는 봄, 여름, 가을 풍경보다는
수묵화(水墨畵)같이
깊고 고요한,
넉넉하고 편안한
겨울 풍경이 좋다.’

 

한의 그늘, 상처의 어둠을 하느님 믿음으로 잘 승화한 이들,
흑백 사진처럼 깊고 고요합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향기처럼 피어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환난을 당하더라도 우리를 위로해 주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당하는 고난이 많은 것처럼,
그리스도를 통해서 받는 위로도 많습니다.

 

하느님의 위로가 우리 상처의 한을 풀어주고 치유해 줍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 은총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 한(恨) 없는 사람,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은총과 한이 빛과 어둠이 어울러 진
‘한 권의 살아있는 성경’이라 부릅니다.

 

오늘 1독서에서 사울과 요나탄의 전사 통보를 듣고
애통해 하며 애가를 부르는 다윗의 슬픔 참으로 컸을 것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의 추억, 한의 그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딸들아, 사울을 생각해서 울어라. 요나탄이 살해 되다니!
나의 형 요나탄, 형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 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지고 무기들이 사라졌는가?”

 

참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정의 토로입니다.
다윗의 요나탄에 대한 이런 아프고도 아름다운 우정의 추억과 한이
하느님 믿음 안에서 다윗의 삶을 더욱 깊게 했을 것입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인간적 눈으로 볼 때 한 많은 짧은 인생이셨음을 봅니다.

동정녀 마리아로부터의 탄생 경위며

끊임없는 떠돌이 방랑 설교사의 생활,
제자들의 배신,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
온통 빛보다는 어둠이 압도하는 상황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붙잡으러 나섰다 하지 않습니까?

 

살아생전 가족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 눈으로 보면 참으로 외롭고 고독했던 주님이셨습니다.

 

이런 어둠에 부활의 빛이 어울러져
비로소 아름답고 깊은 예수 그리스도 라는 흑백 사진입니다.

 

역사적 예수님이 고통과 시련의 어둠을 상징한다면
부활의 그리스도는 영광과 구원의 빛을 상징합니다.

 

매일 미사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 상처의 한을 풀어주시고 치유해주시고 승화시켜 주시어
한 폭의 아름답고 깊은 흑백 사진 인생 되게 하십니다.

 

“주님, 주님 얼굴을 비추소서. 저희가 구원되리이다(시편81,4b)."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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