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철옹성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22 조회수814 추천수8 반대(0) 신고


독서: 2사무 5,1-7.10
복음: 마르 3,22-30

다윗은 칠년 반 동안, 사울을 피해 남쪽지역의 
헤브론이라는 곳에 근거지를 두고 유다지파를 이끌고 있었다.

사울이 죽자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는 다윗에게 몰려갔다.
자신들의 임금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이로써 다윗은 명실공히 온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추대되었다. 

다윗은 북쪽의 거대한 지파들을 좀더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하여
북쪽으로 자신의 궁을 옮길 필요가 있었다. 

다윗은 북쪽지파들의 핵심적인 도시들과 성소들을 다 버려두고
남쪽 유다 지파에도, 북쪽 지파들에게도 속하지 않는
의외의 도읍을 선정했다.

그곳이 바로 당시 여부스족이 살고 있었던 
난공불락의 도성 예루살렘이었다. 
예루살렘은 북과 남의 중간 지대에 있는 곳으로
북쪽의 드센 입김이 미치지 못할 곳이었다.

사실 그때만해도 북쪽의 10개 지파에 비해서, 
다윗의 유다지파는 그 세력이 너무나 초라하였다. 
자칫하면 허수아비, 꼭두각시의 임금이 될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울을 피해, 떠돌이 생활을 하던 다윗이 
자신의 게릴라 부대를 거느리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여부스족을 치려고 할 때 
여부스족은 너무나 기가 막혔는지 성 밖에 대고 비웃었다.

"눈먼 이들과 다리저는 이들도 너쯤은 물리칠 수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를 자랑하던 시온 산성을
오합지졸들을 이끌고 점령하겠다고 나선 다윗.
그러나 그곳은 다윗의 성이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주 만군의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바로 그 예루살렘에 수천년 후, 
다윗보다 위대한 한분이 나타나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의 행적을 보고 그때도 비웃었다.
''미쳤다''고도 하고, ''더러운 영이 들렸다''고도 하고,
''마귀 두목 베엘제블에 들려서 마귀들을 쫓아낸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그분의 신성을 모독하는 
어떤 말도 죄도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용서받지 못할 죄, 딱 한가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성령을 모독하는 것이다.
성령을 모독하는 것이란 어떤 것을 일컫는 것인가?

.............

얼마전에 열심히 교리반에 나오고도 
세례를 받지 못한 한 자매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몇주 전, 그 자매와 다시 통화를 했다.
세례받지 않은 이유를 들었다.
찰고가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로는 찰고에서 떨어질 것 같아 두려워서라지만
내가 보기엔 대인관계의 두려움인 것 같았다.
상처받지 않을까. 속지는 않을까. 혼란스럽지 않을까.
귀찮지 않을까. 자신만의 성벽을 두텁게 쌓고 
왠만하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저런 말로 안심시키고 다독이고 위로하고  
다시 간간이 연락을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성(城)이 어떤 성인가?
그것은 마음의 성이다.
한번 굳게 쌓아올려놓으면 여간해선 무너지지 않는 성.
어떤 무기를 가져와 부숴뜨려도 넘어지지 않는 성.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자랑하던 여부스족.
그런 그들의 성벽도 만군의 주님 앞에선 맥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예루살렘 성벽보다도 더 견고한 인간의 마음벽은
어떻게 해야 무너질 수 있을까?

"먼저 힘센 자를 묶어 놓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 힘센 자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털 수 없다."
자매를 강력하게 묶고 있는 우울과 불신의 힘센 세력을 
무슨 수로 묶어놓고 그 자매를 꺼내올 수 있을까? 

그래서 전화를 하기 전에도 간절하게 기도했고, 
끊고 나서도 성령의 도움을 청했다.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고 있다. 

기도만 했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고, 
다윗처럼 지략을 동원해야 할 일이다.
천천히 기다려주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끝끝내 이 모든 것들을 거절할 때,
꽁꽁 얼은 얼음성에 갇혀있기를 고집할 때,
그 어떤 것으로도 그 자매를 구해낼 수가 없다. 
불행히도(?) 사람에게는 그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가능성, 곧 자유의지라는 무기가 주어져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신성을 모독하는 어떠한 말도 
다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는 말은
바로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끝끝내 성령의 은총을 거절하고
스스로 그런 상황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할 때,
만군의 하느님이신 주님께서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은총을 억지로 받게 하시는 분은 아니다.
사람을 묶어놓고 강제로 사랑을 쏟아붓는 분은 더욱 아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 만군의 하느님이, 사랑 때문에 무력하시다는 이 역설이 이해되시는가?



사진: Sa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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