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존재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23 조회수820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중풍병자를 고치다 』

 

25 그러자 그는 그들 앞에서 즉시 일어나 자기가 누워 있던 것을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26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차서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하고 말하였다. < 루카 복음 5, 25-26 >

 

 

축구 좋아하세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축구를 무지 사랑하실 거예요. 저도 잘하는 스포츠는 없지만, 거의 축구광에 가까우리 만치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축구 경기를 즐긴답니다.

 

 

아, 올해는, 우리 모든 축구 팬들에겐 독일 월드컵으로 인하여 매우 특별하고도 가슴 설레는 해(年)이죠.*^^*

 

 

저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제 생애에서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도 뜨거운 감동과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경험했었답니다. 휴가까지 내어 시청으로, 경기장으로 응원하기 위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뛰어다녔던 열정! 아마, 제가 공부나 일에 그렇게 열중했더라면, 제 인생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8강전을,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고, 사무실 가까이 있는 창동 전철역에서 귀가하기 위해 전철을 탔는데, 전철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기쁨과 흥분의 도가니 상태였었죠.

 

 

제가 출근하기 위해 분당에서 전철을 타면, 창동 역까지 세 번 전철을 갈아타고 약 한시간 20분 가량이 소요되는데, 그 날은 10분만에 집에 날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었답니다. 어떻게 세 번을 갈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오르기 내리기를 했었는지 기억에도 없고, 거의 제 몸과 마음이 새가 되어 훨~훨 날아온 듯한 기분이었죠.

 

 

그 당시 러시아워(rush hour)에 북적대는, 때론 스트레스로 귀찮아 보이기도 했던 그 많은 인파들이, 갑자기 제 눈엔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이고, 예뻐 보이고, 대견해 보이고, 같은 대한 민국 국민이라는 진한 혼연일체(渾然一體) 감을 주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들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2002년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겨준 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국민이 서로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받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 당시 사회적으로도 범죄가 크게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가 국민들이 축구로 인해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살아가면서 우리 삶에 극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고차원적인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끼고, 그로 인해 우리의 감정들을 정화시키고 순화시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2002년 월드컵이 남겨준 좋은 점이겠지요.

 

 

복음으로 돌아가, 들 것에 실려왔던 중풍병자는 마음과 몸이 함께 예수님을 찾아와 치유 받고 돌아가지만, 가장 전망 좋은 위치(?)에 있었던 율사들과 바리사이파들은 몸만 예수님을 찾아왔지, 물 위의 기름처럼 몸 따로 마음 따로 움직이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중풍 병자처럼, 영육의 치유를 받고 주님을 찬양하며 돌아가는 이도 아니고, 그 곳에 모여와 놀라운 기적을 목격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군중들도 아닙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존재, 물 위의 기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구경꾼, 배회자, 방관자, 간섭하고 참견하는 존재들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저는 중풍 병자가 들 것에 매달려 지붕 위에서 예수님 아래로 대롱 대롱 내려지는 모습이, 꼭 예수님이라는 물 속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처럼 상상되어진답니다. 나병환자 나아만이 요르단 강물에 일곱 번 몸을 담그었던 것처럼, 중풍병자 역시 예수님이라는 물에 담그어지고 잠기고 씻기어져서, 영육의 병이 치유되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계시고,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고, 많은 군중들이 놀라운 기적을 목격하면서 주님을 찬미 찬양하는 바로 그 곳, 똑 같은 현장에 함께 있는 율사들과 바리사이파들은 그 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들 것에 실려온 가련한 중풍병자는 치유되어 주님을 찬양하면서 자신의 두 발로 걸어나갑니다. 또, 그 곳에 함께 있던 군중들은 놀라우신 주님의 권능을 함께 찬미 찬양하는 영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에서 예수님, 중풍병자, 군중들은 함께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율사들과 바리사이파들은 자신들의 중풍 병도 치유 받지 못하고, 군중들처럼 주님을 찬미 찬양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무감각하고도 냉소적인 모습으로, 편하게 뭉개고 앉아 있습니다.

 

 

이 세 부류의 모습에서 저는 어느 편에 서 있을까, 잠시 묵상해 봅니다.

 

 

가장 두려운 모습, 물 위의 기름처럼 예수님의 물에 섞이지도 희석되지도 못한 채 둥둥 떠다니는, 아웃사이더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 마음과 영혼을 열어, 중풍병자처럼 예수님의 물 속으로 포~옥 잠기고 싶습니다. 주님, 도와주소서. 아멘.

 

 

누군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도
계속 같은 식으로 산다면 그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 죄인이 자기 죄를 뉘우치고 슬퍼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그 죄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 뉘우침은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뉘우침이 행동으로 나올 때
비로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 대자대비하신 하느님 중에서, 송봉모 신부님 」

 

   오늘도 평안하시고, 행복하세요. ^^*
 차이코프스키, 감상적인 왈츠/바이올린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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