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목 줄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26 조회수751 추천수7 반대(0) 신고

 

 

                                   목    줄

 

 

                                 

 

 

내 고향은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최남단 모슬포입니다.

항구가 있어 자주 바닷가에서 고기 잡는 배를 볼 수 있고, 저 또한 어렸을 적에 바다낚시를 다녔었습니다.

물론, 닐 낚시는 지금도 할 줄 모르고, 썰물 때를 맞춰 일명 고망낚시 정도가 저의 낚시 실력입니다.

그래도 조록, 우럭, 구루찌(벵어돔)도 낚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와는 달리 직업으로 고기를 잡는 분들은 오랜 어부 생활을 하다보면 고기 낚는 노하우가 생깁니다.

뽕돌과 낚시 사이의 줄을 목줄 또는 밑줄이라 하는데, 낚으려는 고기마다 이 목줄의 길이는 다르다 합니다.

곧, 방어를 낚으려 할 때의 목줄 길이와 돔을 낚으려 할 때의 목줄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목줄의 길이는 자식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는 것입니다.

동네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두 사람이 고기 잡으려 나갔습니다.

한 사람은 낚시를 던지기가 무섭게 바로 낚아 올리는데, 한 사람은 한 마리도 못 낚는 것입니다.

결국 목줄 길이가 잘못된 것을 안 사람은 같이 간 사람에게, ‘형님, 목줄 길이가 몇 발입니까?’ 라고 물었으나, ‘모르켜’ 라고만 할 뿐, 아무리 졸라도 가르쳐 주지 않더랍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이 고기를 낚고 뒷정리를 하는 순간에 빠른 동작으로 고기를 잘 낚는 사람의 목줄 길이를 두 팔로 재고 자신 역시 똑같은 길이의 목줄을 사용한 후에야 비로소 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낚시는 기교가 아니라, 어느 한 순간에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험과 실패를 맛보아야 터득되는 기술이기에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고기 잡는 사람을 제자로 부르시어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합니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어부가 되는 것입니다.

망망대해와 같은 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교회로...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사람을 낚는 것이요, 우리가 해야 할 소명입니다.


때문에, 교회는 그 어떤 사명보다도 전교에 대해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전략, 전술을 통한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스도인이 지닌 의무는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세상에 예수님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알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전에는 지금보다 좀 쉽게 사람들을 예수님께 인도했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들 스스로가 교회로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습니다.

전교가 안 될 뿐 아니라, 쉬는 교우, 냉담자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분명 예수님을 알리는 것이 교세 확장이 아닙니다.

산지 배가 운동이 아니라, 예수님께 받은 소명이요, 우리의 삶입니다.

소명이요, 삶이기 때문에 전략, 전술이 아니라, 명확한 핵심만이 필요합니다.


곧 낚으려는 고기를 잡기 위해 그에 따른 목줄이 필요하듯,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서도 신앙의 목줄이 필요합니다.

그 신앙의 목줄이 무엇이겠습니까?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중심이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이 아니겠습니까?


진리는 단순하게 다가오고, 특수한 일보다는 평범한 삶의 연속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때문에 예수님을 전하는데는 그 어떤 계획이 아니라, 전하려는 그 분! 오직 예수님 이라는 목줄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예수님은 특이한 분이 아니라, 우리와 멀리 있는 분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삶에 함께 하는 분이요, 우리 일상 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부가 고기를 잡듯이 우리 역시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로 인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모습을 보면 초라해져 자신감이 없습니다.

당당히 예수님을 전하기기 어렵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나약함과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무리 좋은 낚싯대, 미끼를 사용해 보지만... 이정도의 계획과 시간, 정렬을 기울이면 충분하다 싶지만, 예수님을 목줄로 하지 않는 한 “우리가 밤새 동안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허탕만 쳤습니다.”는 제자들의 말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 버립니다.


혹 낚는다 하더라도, 원하는 낚고자 하는 어종이 아닐 수 있듯이, 그릇되게 인도하게 됩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예수님께로 인도하게 됩니다.

선교가 생명이요, 삶의 의미를 주는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 배가 운동에... 교세 확장에 불과할 뿐입니다.


분명, 신앙은 이성과 일반적인 상식을 아우르면서도, 동시에 뛰어넘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인 명에서 신앙은 어떠해야 하고, 선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한 예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그런 예수님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예수님과 함께 하는 신앙생활을 통해 얻어진 고귀한 체험, 감동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내려주시는 선교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요, 목줄입니다.


이제,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목줄로 하여 당당하게 사람들을 낚으려 세상이라는 바다로 헤쳐 나갑시다.

우리가 느끼는 감동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못 나눠주더라도... 적어도 내 가족, 이웃들에게는 나눠주도록 합시다.


예수님께 받은 소박한 감동을 나눠주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제자로 불림 받은 이유요,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또 하나의 삶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