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젊은 그들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31 조회수926 추천수12 반대(0) 신고

 

 

꿈 속 같던 3박 4일이 지나갔습니다.

 

아직 밀린 집안 일에 적응 하지 못한 채로...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나누고 싶어서 머리 속을 정리해 봅니다.

 

이번 피정(교육)은 이민자로 살고 있는 우리 1세 들과

어느새 틈새가 생겨버린 우리 2세들의 마음의 강에 다리를 놓아 보자고

시도한, 작년에 이은 두번째의 피정 주말이였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에 이끌려 한국 성당에 다니지만 문제는 대학을 가면서 부터

집을 떠나는 이 곳의 생활이.. 우리2세들 교회와 멀어지는 씨앗이 됩니다.

미국의 각 대학에는 활발한 개신교 동아리들이 우리 2세들을 반겨 줍니다.

그러나,

미국 가톨릭의 가장 약점은 대학 안에서의 활동이 아주 빈약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젊은이들도 개신교로 흡수(저의 둘째 아들도)되거나,

성당과 멀어지게 됩니다.

다행이 저의 큰아들은 작년에 1차를 받고 신앙에 뿌리가 내리는 듯합니다.

 

그들은 한국말 미사에 다녀도 다 알아듣지 못하면서 그냥 다녔거나,

미국 미사에가도 공동체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상황속에서 이 이민2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집에 오면 전형적인 한국 사람으로...

문 밖으로 나가면 미국 사람으로... 왔다갔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노력을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들리고...

반대하는 소리도 있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고 결심하고

한 2년 정도 머리를 모아 준비하기 시작하여 작년에 시도 했습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에 받은 몇명의 2세들이 합류하여 함께 하였습니다.

세대차이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미국식 교육을 받은 그들의 당당함에 기가 죽으면서...

아무튼 두번째 준비가 더 힘들었음을 고백합니다.

제발 너희2세들이 얼른 물려받아서 우리 아줌마들이 물러나게 해달라고 사정하면서

무식한(?)우리 아줌마들 자존심 다-- 버리고 달래가면서 준비했습니다.

                                  

< 아저씨들은 더 혼났다는 후문 >

 

피정이 시작 되었습니다.

첫날, 아직 손발이 삐끗 거리는 것이 살짝 보이지만 성체조배 하면서

우리 마음이 성모님을 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분의 1.5세 신부님과 1분의 2세 신부님의 강의가 예수님의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피정도 지도 신부님이 1.5세이시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아시기에

시작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신부님 스스로 겪으신 세월의 이야기니까...

 

오늘 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2세 신부님이 하신 온 몸으로 하시던 강의입니다.

미국식 교육으로 신부님은 강의를 가만히 서서 하시지 못하십니다.

 

강의도 영어와 한국어를 짬뽕으로 섞어서(우리 아이들이 하는대로)웃음이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들 만의 아픔들을 깔깔대며 얘기하고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줌마 봉사자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우리는 먹고 사는 일에 너무 바빠서...

이민온 이유를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노래를 하는 우리들이...

그들이 외롭고 화가 나는 것을 못보고, 때로는 욱박지르며 

영어 잘 하는 너희들이 무슨 걱정이 있을까? 했나 봅니다.

 

그 2세 신부님,

분주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시고 손짓으로 바쁜 세상을 빠른 말로 말씀하시면서 스피드 있고, 재미있고, 흥분되고, 신나는 세상을, 예수님이 필요 없어 보이는 세상을 표현하시더니...

갑자기 한쪽 옆에 조용히 몸을 움츠리고 섰습니다.(밀려난 모습)

그리고 예수님의 작은 목소리로

" 얘야, 나 여기있어...   나 좀봐,  나.. 여기 있다구...

  나.. 여기 있어...  얘야,  나.. 여기 있어..."

하고 불렀습니다.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아! 그렇구나!

바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구나! 실감을

하는 순간이였습니다.

그러다 너무 답답하시면

" 안젤라! 나 여기 있다구!" 강한 목소리로 소리 치신다는 겁니다.

강의실이 조용해 집니다.

웃음 소리가 멈쳤습니다.

 

 

성체조배시간...

죄 많은 부모들, 신앙의 선배들.

속죄의 눈물을 흘리며 그들 앞에 섰습니다.

그들도 울고...

우리 죄많은 부모들 더...많이... 울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하나로 만났습니다.

그들이 말했습니다.

" 저는 저의 신앙생활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아줌마들을 알게 된것이 

  기뻐요!

  성당에서 전혀 상관도 없이 인사만 하던 아줌마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줌마들의 서투른 영어와 살아 온 이야기가 감사해요!"

 

함께 4달을 준비해 온 2세 봉사자와 농담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동안 안보여주고 감추고 있던 그들이 같은 또래들을 만나더니  여기저기

재능이 반짝거리며 드러내 보이는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메리야! 너 오늘 정말 빤짝이는데?" 메리가 눈을 흘기며 

"오늘 만요? "

"아줌마, 안 피곤해요?"

식사 시간에 여기 저기서 아줌마를 불러댑니다.

어깨를 주물러 주는 수강자, 와서 등을 두드려 주는 수강자도 있습니다.

 

 

피정이 끝나고 마지막 봉사 임원 성체조배를 하며 울음바다가 되었읍니다.

감실 앞에 모두 무릎을 꿇으니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침묵으로 각자 예수님께 감사를 드림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꼭 끌어 안으며 등을 두드려줍니다.

"미안했다!"

"아줌마,죄송 했어요!"

"아줌마,사랑해요!"

"아줌마 말고 언니라고 해!"

 

 

십자가의 예수님도 보셨습니다.

 

"수고 많이 했느니라! 고맙다!" 제 귀에만 들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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