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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에서 살다보면...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1 조회수722 추천수13 반대(0) 신고

 

                               제주에서 살다보면...

 

     

 

                                       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제주 풍경

 

 

육지에서 살다가 환경과 문화가 다른 제주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과 제주민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운전 습관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주시를 기점으로 다른 지역에 갈 때, 보통 한 시간이면 갑니다.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처음 운전할 때는 편하고 드라이브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합니다.

오히려, ‘아 제주시에 다녀왔는데, 피곤하다.’는 말을 들을 때는 ‘육지에서 운전한다면 4-6시간은 보통인데, 고작 두 시간 운전한 것 같고 그럽니까?’ 라며 어이없어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문화적, 환경적 차이의 극복을 가능케 하는가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분들이 하루, 이틀 한 해 두해가 지나면서 제주사람의 생각과 습성에 익숙해져 버리게 됩니다.

두 시간 정도 운전하면 ‘아 피곤하다.’는 말을 합니다.


일예로, 대전 교구에서 제주 서문 성당에 파견되어 생활하는 방 신부님이 계십니다. 출신 본당이 촌이다 보니, 대전시에 가려면 2-3시간, 왕복 5-6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러나, 언젠가 출신 본당 교우 분들이 제주에 오게 되어 점심 약속을 했는데, 그 장소가 성읍 민속 마을이었답니다.

약속 장소로 갈 때, 자신도 모르게 ‘어휴, 왜 이리 먼 곳에 식당을 잡았지. 제주시내도 좋은 식당이 많은데...’ 라며 짜증이 났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나도 제주 사람이 다 됐구나!’는 생각에 웃음이 나았답니다.


이러한 모습은 육지 분들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주의 문화, 생활 방식에 익숙해가고 적응해 가는 모습입니다.

자연스럽게 육지에서는 멀지 않는 거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제주에서는 먼 길이요, 긴 시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과 더러운 악령이 들린 사람의 만남이 소개됩니다.

더러운 영이 들렸다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복음을 보면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의 모습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이 아니라, 무덤에서 살았습니다. 쇠사슬로도 그를 묶어 둘 수가 없을 정도로 발작이 심했습니다.

심지어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치곤하였습니다. 쉽게 판단해 보아도 한 두 문제가 아니라, 금방이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할 정도 입니다.


그런 더러운 영에 걸린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서 한 말을 들어보면 황당합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를 살려 주십시오. 저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 주십시오.’ 라고 청해야 할 터인데, 오히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십시오.” 곧, ‘저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지 말고 그냥 놔두십시오.’ 라는 의미입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람은 더러운 영에 들린 그 삶에 익숙해 져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며 남에게 피해와 혐오감을 주는 그 모습에 적응해 버렸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이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요, 정상적인 모습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삶의 여정 속에서 자주 계획을 세웁니다.

과거의 안일하고 나태한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릇된 모습, 행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노력, 다짐, 계획은 꾸준히 지속되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 할 때가 많습니다.


삶이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작심삼일에 그쳐버리는 이유는 과거의 삶에 너무 적응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말과 생각은 변해야 함을 알면서도, 심리적 정신적으로 장애의 심각성을 잘 느끼면서도, 몸으로는 변화를 거부하고 옛 모습, 생활에 그냥 머물러 버리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그냥 아무 조건 없이 치유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부족한 계획과 새로운 변화를 이루려는 나약한 마음에 힘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때문에, 우리 역시 새로운 삶의 계획과 과거의 그릇된 모습, 악습에서 벗어나려는 다짐에 머물러 버리지 말고, 늘 예수님의 도움을 청하며 그 예수님의 은총과 힘으로 변화를 이루려 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도움이 있어야 우리의 삶의 계획과 옛 모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하려는 다짐에 성공이라는 참된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Arthur Grumiaux, violin
London Symphony Orchestra
Sir Colin Davis, Condu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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