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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은 과정입니다"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1 조회수690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6.2.1 연중 제4주간 수요일

사무 하24,2.9-17 마르,1-6

                                                       

 

 

 

"삶은 과정입니다"

 

 

자연스러움이 좋습니다.
자연스러울 때 아름답습니다.
자연스러울 때 자유롭고 편안합니다.

 

인위적인 것이 압도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자연의 훼손과 더불어 인간의 자연스러움도 날로 훼손되고 있습니다.
내면이 황폐화되고 숱한 영육의 질병이 만연합니다.

 

며칠 전 우연히 TV를 시청하면서 메스꺼움을 느끼다가 나와 버렸습니다.

아마 나이에 맞지 않게

놀라울 정도의 젊음을 과시하는 프로그램 같았습니다.

 

70대의 할머니가 40대의 젊은 아줌마 같고
60대의 노인이 40대의 중년 같고,
40대의 어머니가 20대의 여자 같아 자식이 꼭 연인처럼 보였고,
20대 말 춤추는 여자가 꼭 10대의 소녀 같았습니다.

 

타고난 젊음의 체질도 있겠지만,
자연스런 흐름에 역행하여
얼마나 외모에 신경을 쓰며 관리해 왔겠는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 낭비하며
정작 중요한 것을 빠트렸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면의 마음이나 영혼 관리는 참 소홀했겠다싶었습니다.
마치 크고 화려하고 곱지만 향기 없는 서양난처럼 느껴졌습니다.

 

외적인 몸, 젊음, 아름다움 그 자체가 완전히 우상이 된 세상입니다.
너무 부자연스러워 참 역겹고 메스꺼웠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의 사고의 단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봄 나이는 봄 같아야,
여름 나이는 여름 같아야,
가을 나이는 가을 같아야,
겨울 나이는 겨울 같아야 자연스럽습니다.

 

나이에 따라 알맞게 늙어 가면서
내면의 깊이가 표면으로 배어나올 때 자연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삶은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입니다.
몸도 마음도 계속 흐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흘러가는 과정입니다.
결코 붙잡아 둘 수 없는 젊음이요, 건강이요, 재산입니다.

 

1독서의 다윗의 일생, 얼마나 파란만장 합니까?
그렇게 존중받는 다윗인데,
거룩하다거나 훌륭하다거나 하는 느낌 전혀 없는
그저 잡초같이 생활력 강한,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인간 눈으로 보면 분명 그렇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눈으로 보면 다릅니다.
인간 눈에 성공이요 실패지,

하느님 눈엔 과정에의 충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비록 보이는 결과나 업적에 실패했어도
하느님 뜻 따라,

주어진 운명에, 과정에 충실했다면 무조건 성공 인생입니다.

 

사실 인간 눈으로 보면,
예언자들이나 예수님의 인생, 한결같이 실패인생입니다.

 

“제가 이런 짓으로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제 당신 종의 죄악을 없애 주십시오.
제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습니다.”

 

바로 죄를 뉘우치는 단순한 마음이
다윗의 위대함이자 하느님의 신뢰와 사랑을 받은 비결입니다.

 

죄로 넘어지면 즉각 뉘우치고 벌떡 일어나
주어 진 내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성공에, 또 실패에 집착하지 않고
묵묵히 주님을 향해 걸어가는 삶입니다.

 

죄로 넘어지면 일어서고, 넘어지면 일어서고
이렇게 살아가는 게 믿음의 삶이요,
내적으로 깊어져 하느님 닮아가는 삶입니다.

 

정말 큰 죄는 넘어지는 게 아니라,
자포자기로 일어나지 않는 게 더 큰 죄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저는 바로 예수님의 이런 모습에 초점을 잡았습니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고향 사람들의 냉대에 이 한마디 말씀 남기시고
훌훌 떠나 여러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르치신 예수님 이십니다.

 

참 극복하기 힘든 게 선입견이나 편견이요,
우리 인간의 한계일지 모릅니다.

 

고향 사람들의 냉대나 결과에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흐르면서

말씀 선포와 치유활동으로 하느님 나라 복음 선포의 과정에 충실하셨던
대자유인, 대자연인 주님이셨습니다.

 

이 복된 미사를 통해 오시는 주님은
우리의 자연스러움을 회복시켜 주시고
내 펼쳐질 삶의 과정에, 운명에 충실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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