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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된 살아있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3 조회수675 추천수8 반대(0) 신고

 

나해 연중 4주간 금 마르코 6, 14-29- 참된 살아있음...

 

-세자 요한-

 

몇 년 전에 신문에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단란하지만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는데, 하루는 아들이 새 옷을 입고 집에 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너 이 옷 무슨 돈으로 샀느냐?’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은 ‘아르바이트해서 샀어요.’ 라고 계속 빈말을 했지만, 아버지는 평소 아들의 모습을 쭉 보아 왔던지라, 계속 사실대로 말하라고 다그쳤습니다.


결국 아들은 돈을 훔쳐서 샀다고 사실대로 고백했고, 아버지는 자신이 아들이 돈을 훔쳤다며 경찰에 고발합니다.

아들의 돈을 훔쳤다는 사실에 심한 괴로움에 싸여있던 아버지는 결국 쓰러지셨고, 얼마 후에 돌아가시게 됩니다.


재판 날 재판장님은 어머니와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 때, 어머니는 ‘재판장님, 부디 아들에게 엄한 벌을 내려 주세요. 그것이 남편과 저의 뜻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아들 역시, 울면서 ‘저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가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벌을 주세요.’ 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재판장님은 절도죄로 잡혀온 아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립니다.

젊은이가 잘못을 했지만, 젊은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믿기 때문에... 저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들은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끝으로 재판을 마쳤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잘못을 비난 하면서도 자신의 잘못, 가족의 허물은 합리화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젊은이의 부모님의 마음과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저미게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하듯이, 그 부모님이 아들의 잘못을 덮어 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 결과를 오늘 복음을 통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복음에, 서로가 확실하게 대조되는 두 인물, 곧 요한과 헤로데가 등장합니다.


요한은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들 꿀과 메뚜기를 먹고 광야에서 생활합니다.

하느님의 사자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예수님의 길을 닦습니다.

그런 모습이 비록 권력, 힘은 없다 하더라도, 소신을 다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고,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세상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에 만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반대입니다.

그는 교활하고 야심 많은 통치자였고 동생의 아내와 결혼한 탐욕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권력과 탐욕에 가려 하느님의 진리를 외면하고, 예수님의 지상 활동을 거부하였습니다.

자신의 비난하는 요한이 없애 버리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못합니다.

권력, 힘은 있었지만, 용기는... 당당함은 없었습니다.

실제 요한을 죽인 이유 역시 딸과의 약속을 지키지 위해서였습니다.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될 것을 염려해서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이 죽였다는 것을 복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분명 자신을 비난한 요한을 죽인 헤로데는 승자입니다.

요한은 죽어 세상에 없지만, 헤로데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요한은 패자이고, 헤로데가 승자일까요?

헤로데는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죽은 요한이 다시 살아났다.” 두려워합니다.

이 말씀에 비추어 본다면, 헤로데는 살아가는 동안 요한의 대해 늘 생각하고 어떠한 두려움, 곧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입니다.

자신의 승자였지만, 떳떳하지 못한 승자였기에 패자인 요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했던 것입니다.

결국 참된 승자는 헤로데가 아니라, 요한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유혹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극복하지 못하고 자주 넘어지는 잘못은, ‘과정이 어쩌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 ‘모로 가나 서울만 가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결과, 성패만을 중시하고,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젊은이의 부모님은 이러한 것의 그릇됨을...

복음에서 알려주는 깊은 뜻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깨달아 삶의 지표로 삼고 생활했던 것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릇된 결과가 아니라, 올바른 과정임을... 떳떳하지 못한 것을 얻은 승자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것이 참된 승자의 모습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헤로데처럼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기쁨과 행복을 더 많이, 자주 누리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또한 이를 자식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자식의 잘못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어 고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나는 요한을 닮았습니까? 헤로데를 닮았습니까?

과정을 중시하고,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떳떳한 패자의 모습으로 살아갑니까?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고, 두려움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떳떳하지 못한 승자의 모습으로 살아갑니까?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Violin Concerto No.3 in G major, K216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9:26)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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