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좁은 어깨 활짝 펴고, 새롭게 열린 또다른 세상을 바라봅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9 조회수670 추천수9 반대(0) 신고

어제 병원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몇주전에 저희 엄마가 암검사를 하고 오셨는데,

의심스런 부분이 있다며, 오늘아침 재검사를 요구하는 전화였습니다.

갑자기 머리를 한대 엊어 맞은 듯한 기분...

그렇게 오늘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받는 내내, 마음이 돌덩이 처럼 무거웠어요.

그와중에도 병원에서 환자 가운입고, 커피 마시지 않는 이 딸을 위해,

우유와 설탕을 가득 넣은 차를 만들어, 환한 얼굴로 돌아보시는 우리 엄마...

배고플테니 이거라도 마시라며 내놓으시던 우리 엄마...

애써 별일 아닐거라며 입으로만 중얼중얼 대는 이 못난 딸을,

우리엄마는 그렇게도 챙겨주십니다...

 

몇시간동안 받았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이제는 집에 돌아가도 좋다는 말이 떨어졌습니다. ^*^

그렇게 무겁던 마음이, 샛털처럼 가벼워 졌습니다.

너무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싶었습니다.

 

늘 제 곁에서 언제까지나 함께 해주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우리 엄마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오락가락 괴롭던 제 마음이,

이제는 평화롭습니다...

 

병원을 떠나면서 엄마와 함께 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제 주님께서 제게 나즈막히 속삭여 주셨던 말씀을 기억해냈습니다.

걱정스러움에 어쩔줄 몰라하던 골룸바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일도 아니란다. 아무일도 아니란다.

 아무것도 걱정 하지 말으렴.

 내가 지켜줄께...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래도 몰라, 몰라, 몰라요... 하며 두려웠습니다.

내 피같고, 살같은 우리 엄마가 없는 이 세상을 상상하니,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주님께서 말없이 조용히 데려가실 까봐서, 너무너무 두려웠습니다.

감실앞에 앉아서 주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내 소중한 엄마, 당신의 아름다운 딸...

 세실리아를 지켜내 주세요..."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우리 귀여운 엄마는 계속 중얼중얼 대십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괜히 사람 오라가라 놀래키네!!! 쯔쯔쯔~~~"

어제 밤새 죽음을 생각하며 우울하셨다는 엄마의 마음을 제가 잘 아는 걸요...

너무 다행이라고, 이렇게 건강해서 너무다행이라고 하시는 말씀이시라는 걸요...

 

알면서도, 이 잘난척 쟁이 골룸바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세상일 그냥 아무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

 언젠가는 우리에게 왜 오늘이 있었는지, 알게 될거야..."

아무대답도 없이 마냥 즐거워 하시는 엄마를 보며 기도드립니다.

"주님! 내 소중한 어미, 당신의 아름답고 귀한 이 딸을 기억하소서..."

 

오늘 주님께서 이교도인의 딸을 고쳐 주십니다. (마르코 7:24~30)

당장 내 엄마가 아프실지 모른다 생각하니,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없던, 속좁은 하룻밤을 지낸,

골룸바에게 너무 뜻깊은 복음 말씀입니다.

 

늘 우리는 우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내 부모, 내 자식, 내 친구, 내 이웃.......

남의 부모, 남의 자식, 남의 친구, 남의 이웃은,

사실 우리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내 것이 이토록 귀하기에, 남의 것또한 그토록 귀하다는 것을 잊고 살아갑니다.

아니, 알면서도 가슴에 와 닫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다르십니다.

내 백성 귀한줄 아시기에, 당신 믿고 손내민 이교도인의 청을 들어 주십니다.

쉬고 싶으셨고, 홀로 조용히 계시고 싶으셨지만,

당신께 손내미는 믿음을 결코 저버리지 못하십니다.

 

늘 내것만 챙기고, 소중히 여겼던 저 였습니다.

때로는 내것 조차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무관심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엄마를 통해, 오늘 복음을 깨우쳐 주십니다.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더욱 크게 바라보라 하십니다.

그러면 제 눈을 더욱 크게 띄워 주시겠다 하십니다.

옹졸한 마음을 활짝펴고, 넓게 바라보라 하십니다.

그러면 제 마음이 당신 닮게 해주시겠다 하십니다.

늘 한사람만 안고있는 제 팔을, 더욱 크게 벌려 여러사람을 안아주라 하십니다.

그러면 당신께서 더크게 우리 모두를 안아 주시겠다 하십니다...

 

기나긴 어젯밤을 보내고,

이렇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내게 보내주실 새로운 사람들을 위해,

더욱 정결하고, 더욱 올바르게 제 몸과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좁은 어깨 활짝 펴고, 새롭게 열린 또다른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느님을 두려워 하는 자들아, 다 와서 들어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하신 일을 들려 주리라.

 

내 입은 그분께 부르짖었으며,

내 입술은 그분을 찬양하였다.

 

나 만일 나쁜 뜻을 품었더라면,

주께서는 아니 들어 주셨으리라.

 

그러나 하느님은 들어주시고,

내 기도소리에 귀를 기울이셨다.

 

내 기도를 물리치지 아니하시고,

당신의 사랑을 거두지 않으셨으니,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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