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가 가야할 곳에서,주님의 기다림만 길어지실 뿐입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0 조회수877 추천수9 반대(0) 신고

가끔씩 제가 찾는 숲속이 하나 있습니다.

숲속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뭐 한것이,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주교좌 성당 옆의 조그마한 나무숲이거든요 ^*^

그곳에 가면, 제가 이방인이 됩니다.

아니, 그 많은 새들 눈에, 저란 사람은 외계인 같아 보일 것 이예요!

 

요즘 주교좌 성당은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성당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벌써 몇달째 그러고 있네요...

그곳에서 주님을 만나고 싶어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골룸바 마음은 알지도 못한채...

 

그래도 줄기차게 시내를 나갈때면 그곳을 찾습니다.

영성채가 모셔있는 곳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에 큰 돌이 있는데, 그곳에 앉아서,

주님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시작합니다.

가끔은 지나가는 행인들이 너무 많아서,

분심이 들기도 하지만, 주님 위해서만은 누구보다 당돌하고 용감한 골룸바입니다.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많이 웃고 떠들며,

주님과 행복한 담소를 나누다 옵니다.

 

가끔은 제가 투덜투덜 대기도 합니다.

빨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예요, 도대체 공사가  언제 끝이 나느냐고요.

그럴때면, 주님께서는 안타까우셔서 어쩔줄 몰라하십니다.

앗차! 싶은 골룸바는 얼른, 저는 괜찮다며, 천천히 공사 진행 하시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

 

성당안으로 들어가지를 못하니,

성당밖에서만 맴맴 돌다가 찾아낸 곳이, 바로 그 숲속이었습니다.

그 숲속에는 정말 많은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저와 맞닥뜨린 새들은, 하나같이 제게 길을 내주었는데요.

숲속에서 만난 새들은, 저를 빤히 처다보며 자기에게 길을 내주길 기다립니다.

분명 같은 새들임은 분명한데,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숲속에서 만난 새들은, 그곳이 자신들의 세상인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참 신기했어요!!!

그곳을 들어간 사람이 아마 제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제 눈앞을 슝슝~ 낮게 날아다니며,

살금살금 걸어가던 새들은 오히려 제게 길을 비키라며 눈짓하고.......

그곳에서만은 그들이 왕이였고,

저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새들은 저를 경계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곳을 들어온 제가 신기한듯,

갸우뚱대며 바라보고 있었지요...

만일 제가 하룻밤만 재워달라며, 그곳에서 함께 잠을 청해도,

그곳에 모여있던 새들은, 저를 곱게 재워주었을 거예요... ^*^

참, 착한 새들입니다...

 

그숲속에 잠시 머물러 있다 나오면서, 저는 늘 생각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새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에게 밟힐까, 차에 치일까 긴장속에 있는 모습인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눈에 보이는게 모두 죽어있는 새들인데...

그곳에서 만난새들은, 어쩜 그리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일까...

바로, 그 새들이 있어야 할곳이 바로 그숲속 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실때에,

세상 모든 물고기들에게 바다를 집으로 지어주셨던 것 처럼,

그 새들과 많은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은,

나무가 우거진 푸르른 숲에서 있으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온세상 푸르게 창조하시며, 많은 동물과 새와 함께 어우러져 살라며,

우리를 만드셨는데, 요즘은 사람 사는 곳에서,

그런 푸르름을 찾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요즈음을 세상통달한 도인처럼, 잘 알고 있어 보이는 지혜로운 새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리도 평화롭게 그 숲을 지키고,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새들을 생각하며 잠시 묵상해 봅니다.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

그 자리는 분명 우리모두 조금씩 다 다를 것입니다.

아내의 자리에, 남편의 자리에, 자식된 자리에, 회사에서의 자리에,

친구된 자리에, 선배의 자리에, 후배의 자리에, 손님의 자리에 .......

수도없이 달라지는 우리의 자리입니다.

 

가장 중요한 자리는 바로 하느님의 자녀된 자리 일것입니다.

세상이 끝이나도 반드시 지켜내야할 관계가 바로 하느님과 나의 관계 일것입니다.

죽음도 하느님과 나의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없으며,

그 어떤 시련도 하느님과 나의 자리를 결코 바꾸어 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솔로몬의 잘못으로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십니다.

드디어 이스라엘을 분열시키셔서, 예로보암에게 열지파를 넘기시겠다,

예언자 아히야를 통해 선포하십니다. (열왕기 상 11:29~32)

솔로몬을 포함한, 이스라엘백성들이,

정작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 있어야 할 그들이,

하느님께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돌아오라 외치시는 굳건한 하느님의 사랑을 외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있을수 없는 일들을 그들이 해버렸던 것이었습니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그들은, 그깟 죽은 우상들로 져버리고야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귀먹고, 말을 더듬는 사람을,

예수님께서 손수 고쳐주십니다. (마르코 7:31~37)

정작 있어야 할 자리에 굳건히 계시는 분은,

바로 우리 하느님 이십니다.

우리가 치유가 필요한 곳에, 우리의 위로가 필요한 곳에,

우리의 고통이 있는 곳에, 당신과 함께 하고싶어 하는 곳에...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계시는 분은 바로 우리 하느님 이십니다.

 

오늘 귀먹고, 말을 더듬는 사람이 예수님께로 가서 치유를 받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야할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무리 훌륭하시다는 것을 알고 있다한들,

그분앞에 찾아가지 않으면, 치유를 받지 못하였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가 가야할 곳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가 바라던 대로 모든것이 이루어 졌습니다.

아마도 지난날이 꿈같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소리가 잘들리고, 편안히 말을 할수 있음에,

더욱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을 것이며,

자신이 가야할 곳을 당당히 찾아 갔을 것입니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은, 치유를 받기 위해 찾아 나서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 나서야 합니다.

하느님을 만나고픈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뵙기 위해 찾아 나서야 합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무엇이든지 기다리고만 있다면,

우리가 가야할 곳 그어딘가에서, 우리 주님의 기다림만 길어지실 뿐입니다...

 

어제 유난히도 죽음에 대해 많은 소식이 오갔던 하루였습니다.

저희 엄마의 좋은 소식에 즐거워 할 틈도없이,

마음이 착찹하고 울적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주님품안에서 사랑받으실 수 있기를,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속에 오늘 새아침을 맞이하는,

그 가족들을 주님손으로 위로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우리 하느님의 귀한 아들, 따님들!!!

 주님과 함께 하는 복된 주말 보내시어요!!!

 항상 머물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샬로옴~ ^*^  - 골룸바 드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