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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덜된 놈! 덜 떨어진 놈!!!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3 조회수768 추천수7 반대(0) 신고

 

 

                          덜된 놈! 덜 떨어진 놈!

 

                                            

                                

 

꽤 오래전에 이철수라는 사람의 판화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땅콩에 관한 판화였습니다.

“땅콩 :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 덜 떨어진 놈!”

잘 익은 땅콩은 줄기로부터 잘 떨어지는데, 아직 설익은 땅콩은 끝까지 줄기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인간 세상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겠지요.


이렇게 보면, 조금 더 가지려고.. 더 편해 보려고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즉 우리가 아직 덜 익은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 욕심에만 매달려서 끝까지 버티면서 그 줄기를 놓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꽉 잡은 것처럼 줄기에 끝까지 매달려만 있다면, 즉 아직 그리스도인이 덜 된 사람일수록, 꼭지가 아직 덜 떨어져서 자기 혼자 말라버리거나 나중에 그 줄기와 함께 불속에 던져질 것입니다.

과감히 줄기를 놓고 떨어져 나올 때, 더 많은 수확을, 더 많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아직 욕심이 많아서 세상의 가치들을 놓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서, 주님께서 “덜된 놈! 덜 떨어진 놈!” 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더 익을 수 있도록, 조금 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겠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곧, 복음 말씀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회개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땅만 차지하고 그 땅의 양분만 먹을 뿐, 3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과수원의 주인은 당장 베어버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수원 지기는 다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청합니다.

“한 해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다음 철엔 열매를 맺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3년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올해는 열매를 맺겠지, 그래도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 하고 기대하셨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욕심의 이파리만 무성할 뿐 열매는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와 같다는 것입니다.

주님께로부터 사랑과 은총이라는 거름을 받고서도, 세상의 일에 더 관심을 갖고, 그 힘을 다른데 사용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번 일만 끝나면, 그때..”

“주님, 지금은 바뻐서 안되고요, 조금 한가해 지면 그때..”라고 하면서, 주님은 항상 뒤로,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은연중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때까지 죽음을 미뤄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긴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되어 있을까요? 내일의 일도 알 수 없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고, 회개를 늦추면서, 하느님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걸까요?

회개는, 어떤 길을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깨닫고 돌아서듯이, 하느님께로 삶의 자세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느님께 돌아가는데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죄에 대한 무감각’일 것입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뭘”

“회개하면 뭐하나, 또 같은 죄를 저지를 텐데..”라고 하면서, 자기 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들으면,  복음은 자칫 우울한 회색빛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이며 우리가 열매를 맺으려고 꽃망울만 맺는다고 해도, 하느님께서는 기뻐하시며 우리와 함께 해주신다는 기쁨과 행복의 복음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영원히 기다리고만 계실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욕심입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시간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이 시간을 놓친다면, 우리에겐 영원한 멸망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회개할 마음이 있다면  복음은 장밋빛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냐’, ‘조금 있다가’ 라고 또다시 미루는 순간, 복음은 우리에게 우울한 회색빛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회개의 날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제주 광양성당) 신부님 ▒

 

 

 

Amazing Grace Arirang / 쌍피리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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