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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은 내 편, 신부님도 내 편!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3 조회수83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사람을 고쳐 주셨다.』

 

그 무렵 29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나오시어,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다. 30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어서,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31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 마르코 복음 1, 29-39 >

 

 

악수 자주 하시나요?
꼬맹이 때 성당에 가면, 키다리 외국인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저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꼭 솥뚜껑 만한 손을 내미시며 악수를 청하시곤 하셨죠.

 

 

그런데 저처럼, 약간 맹~한 입학 전의 어린이에겐, 오른 손과 왼 손을 번갈아 가며 악수한다는 게 조금 어려웠었답니다.*^^*

 

 

가끔씩, 키다리 신부님께서 허리를 굽히시고 얄궂으시게 왼손을 내미시어 악수를 청하실 때, 오른 손 악수에 익숙했던 습관으로 바보스럽게 오른 손을 내밀어 신부님으로부터 악수를 거절당하고(*^^*), 어린 맘에 상심(?)을 하기도 했었죠.

 

 

꼭 오른 손 악수만 청하셨다면, 저 역시 늘 오른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었을 텐데, 할아버지 신부님께서는 예고 없이 왼손 악수를 청하시어 맹한 저를 잠시 혼동케 하신다 거나, 악수를 거절(?)당하는 아픔을 주시곤 하셨지요.

 

 

그 후 신부님께서 악수를 청하실 때마다, 어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해야하는지 몇 초 동안 생각한 다음 손을 내밀어 거절(?) 당하는 아픔과 상심은 더 이상 겪지 않게 되었는데, 왜 그 때는 그리도 올바르게 악수하는 게 조금 힘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손을 잘못 내밀면 어김없이 신부님께서는 악수해 주시지 않으셨는데, 어린 맘에 겸연쩍었었고, 부끄러웠고, 바보스럽다 여겨졌었지요.

 

 

만약 제가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 제게 악수를 청했을 때, 손을 잘못 내민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바보스러울까요?

 

 

또, 주님과 악수할 때도 손을 잘못 내밀어 주님 손을 잡지 못한 다면요? 악수함으로써 친교를 나누고 교감을 나누듯이, 대인 관계나 주님과의 관계에서도 손을 올바르게 내밀어 악수를 시원스레 잘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저를 상심시키셨던 신부님과의 악수가 어린 제 맘을 하느님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셨던 적이 있었답니다.

 

 

어느 일요일 날, 언니. 오빠. 저 셋이서 어린이 미사를 가던 도중에 오빠랑 싸우다, 여왕처럼 막강한 장녀의 파워를 한 몸에 지닌 언니로부터, 일방적인 핍박과 저 하늘의 별처럼 영롱한 꿀밤 세례를 엄청 받은 적이 있었죠.

 

 

"주여~, 어찌하여 저는 막내로 태어나 이러한 고통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나이까!"

 

 

평소에 어른들이 저를 예뻐해 주시고, 제가 달랑 달랑 말대꾸 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언니도 불만이 많았던지, 제 편을 들어주시고 말려주실 어른들이 아무도 계시지 않은 독 안의 쥐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불만을 있는 대로, 유감 없이 표현하는 데, 팥쥐 엄마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는 그 때 알았었답니다.

 

 

언니한테 쥐어 박히고 콩콩 머리를 두들겨 맞으며, 얼마나 저는 억울하고, 서럽고, 슬픈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으로 끌려가다 시피 성당 마당에 도착했는데, 키다리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어김없이 제게만 눈치코치 없으시게 악수를 청하시더군요.

 

 

"왜, 울었느냐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 고는 묻지도 않으시면서 그저 손을 내미시는 신부님이 조금은 야속해 보이셔서 주춤 주춤거리는데, 팥쥐 같은 언니가 저를 콕~콕 찔러 어쩔 수 없이 신부님 손을 잡았답니다.

 

 

아, 솥뚜껑 만한 신부님의 따뜻한 손!
하느님의 손, 예수님의 손, 성모님의 손이 어떤 손인지 저는 그때 알았었답니다.

 

 

어린 마음에도, 저와 악수를 하시는 신부님의 엄청나게 큰 왕손에서, 나는 네가 도중에 언니. 오빠와 무슨 일이 있었고, 참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으며, 그로 인해 네가 무척 슬프다는 걸 알고 계시다는... 누가 뭐래도 나는 네 마음을 다 알고, 네 편이라는 걸 알려주시는 신부님의 속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저는 그 때 알았었답니다.
하느님은 내 편, 그리고 신부님도 역시 내 편이라는 것을요!*^^*

 

 

행위는 모든 말을 대신한다고 합니다.

 

 

위로의 말보다 악수를 통한 신부님과의 스킨 쉽을 통해 금새 제 마음은 지옥에서 천당의 세계로 건너올 수 있었답니다.*^^*

 

 

복음으로 돌아가,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라고 합니다.

 

 

누워있는 시몬의 장모에게,
올리브산 예수 도령께서 다가가시어 폼을 잡으시고,

 

 

"아주머니 or 아줌마~ 일어나시어요." 혹은 "여인이시여~ or 엄니~ 일어나시오."라는 말 대신 냉큼 부인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는데, 그 만큼 부인의 병이 심각해서일까요? 아니면 예수님 마음이 더 급하셨을까요?

 

 

사랑의 행위는 모든 말을 대신하는 것처럼, 부인의 위중한 상태보다도 고쳐주시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더 급하시고 간절하셨나 봅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여성들에겐 가정에서 고유한 어머니. 아내의 몫과 역할이 있습니다. 시몬의 장모 역시 한 집안의 어머니. 아내로서의 역할이 있음에도 병중에 누워있어, 그 가족 구성원들은 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과 불편함에 처해 있었을 것입니다.

 

 

성서에서 손은 힘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부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시는 행위는, 시몬의 장모에게 한 가정에서 아내. 어머니로서의 역할과 힘을 회복시켜 주심과 동시에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처럼 우리 교회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평신도 사제직으로 불러 주시는 축성이 아니 실까 저는 이렇게 묵상해 봅니다.

 

엄마의 손. 아내의 손은 아무리 거칠고 투박하고 예쁘지 않다 하더라도 황금의 골키퍼 손입니다. 엄마의 손. 아내의 손이 없으면 금새 집안이 어수선해 지고 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회 안에서 우리 여성들의 섬세하고도 고운 손길은 엄청난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손을 축성해 주시고, 교회에서 예수님의 시중을 들 수 있도록 섬세하고도 고운 우리 여성들의 손을 잡아 주시고 축성해 주시는 부르심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손을 내미십시오.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축성해 주십니다.

 

 

그런데요, 시몬의 장모가 예수님의 손을 잡았을 때 느낌이 어땠을까요?

 

 

그 느낌은 제가 언니. 오빠로부터 서러운 핍박을 받고, 신부님과 악수할 때 받았었던 그 따뜻한 스킨 쉽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어린 마음에 하느님은 내 편, 신부님도 내 편이라는 안도감!

 

 

그래서 룰룰루~ 랄라라~ 언니가 항카치(손수건)로 코를 풍~ 풀어주고,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된 제 얼굴을 닦아주며 미사에 데리고 들어갈 때, 저는 이미 제가 왜 울었는지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답니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땐, 팥쥐 엄마 같다고 생각했던 언니가 제가 좋아하는 불량식품까지 사 주어 진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던 그 마음이요!

 

 

예수님, 열병으로 힘이 없고 오그라들어 감추고 싶은 제 손을, 당신께 내밉니다. 제 손 꼬옥~ 잡아 주세요. 아멘.

 

  평화 가득한 한 주간 열어가세요.*^^*
바이올린 소나타 "봄" 中 1 악장/Sahra Jang, 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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