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무상(無償)의 선물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3 조회수854 추천수14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8,11-13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큰 애가 처음으로 올백을 하고, 전교 일등을 하였다. 아이는 자기에게 무슨 선물을 줄 것이냐고 물었다. "왜 내가 너에게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하고 되물었더니 자기 반 아무개는 백점을 맞고 일등을 하면, 그때마다 엄마 아버지가 맛있는 것을 사주고 용돈을 올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시험을 잘 보고 일등을 하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이는 "너무나 좋아서 신이 난다."고 했다. "그래, 엄마도 네가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면 가장 기쁜 것이 자신이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것임을 알아듣게 설명해주었다. 맛있는 먹을 것과 용돈, 그리고 여러 가지 선물은 줄 수도 있고 주지 않을 수도 있는, 전적으로 부모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 다음부터 아이는 아무리 잘해도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고 자기에게 닥친 과제들을 혼자서 해결해나가며 스스로 최고의 성취감과 기쁨을 만끽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좋은 느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날,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이룩한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순수한 '선물'로 받아들이며 고맙게 여겼다. 시험 성적이 안 좋고 의기소침한 날도 물론 여전히 좋아하는 것을 사주고, 더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부모의 지원과 칭찬은 자기가 한 어떤 일의 보상이 아님을, 무조건적인 사랑의 표현임을 알게 하려는 의도적인 것도 있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조건부로 무엇을 요구해본 적이 없다. 자기들이 클 때까지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용돈까지도 고마워하며, 미안해하며 받아든다. 특별한 용무가 있는 날은 "너 그거 가지고 되겠니?" 하고 더 주려고 하면 항상 내가 주려는 양보다 깍아서 받으며 미안해 한다. 넉넉하게 살았을 때도 말이다. 일주일에 한번 주는 용돈을 어떤 땐 깜빡 잊어버리고 챙겨주지 못해도 달라고 요구하지를 않는다. 나중에 생각나서 "왜 말하지 않았냐?"고 다그치면 없어서 안주시겠거니 했다는 것이다. 아이구, 이넘들아. 엄마가 깜빡깜빡 쥐정신이라 못 챙겨준 것인데. 말없이 엄마를 믿고 기다리고 있는 놈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미련해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너무 할 때도 있지만 미리 부모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며 그것을 승낙하면 무엇을 하겠다는 발상. 그것은 도통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보다는 열심히 노력할 때, 부모는 든든한 후원자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혹은 무기력하여 좌절할 때에도 부모는 언제나 자기들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들. 자신들이 공부하는 훈련장에서도, 자신들이 일하는 직장에서도, 아이들은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자기가 자신을 위해 먼저 일해야 함을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노력을 알고 칭찬을 해준다면 누군가 그 성과에 맞는 보상을 해준다면 그야말로 '선물'로 감사하며 받을 줄 안다. 덤으로 받는 두배의 기쁨을 매우 크게 생각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분은 우리를 독립적인 존재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분은 우리를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그분은 우리를 두 배로 기뻐하는 사람이 되게 하시는 것이다. 그분은 우리를 항상 감사하는 사람들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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