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제의 일기] * 임종자를 지키며................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5 조회수877 추천수9 반대(0) 신고

 

 

 

 

  세월에 휩쓸린 바람소리 처럼

휴 - 내뿜는 할아버지의 한숨 짓는 소리,

피곤하여 지친 모습으로 성당 벽에 기대어 가뿐 숨을 진정 시키고서야

자리를 잡으시는 그 할아버지는 아마도 팔순이 넘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사 후, 비척이며 집으로 돌아 가시는 모습에서

삶의 황혼 속으로 걸어가는 서글픔을 보아야 했다.

 

할아버지는 동료분들과 웃으며 말씀을 하시다가도

신부만 나타나면 오만상을 찌푸리시고 이곳 저곳이 아프니

신부님이 만져만 주신다면 좋아지실것 같다고 어리광을 부리시곤 했다.

 

달달 떨리시는 손에 몸 전체를 실어 의지한 지팡이가 휘청이도록 ...

 

신부만 보시면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 죄인 죽을 때

신부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임종을 지켜야 한다." 는 약속을

확인 하시는 것이다.

 

종종 할아버지의 벗겨지신 머리를 어리광 부리실 때마다 쓰다듬어 드렸고

그때마다 그 할아버지는 내 손이 편하도록

머리를 숙이시며 퍽이나 좋아하셨다.

 

어느날 다급한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것이다.

나는 병자성사를 드리고 머리를 쓰다듬어 드리며 약속을 이행했다.

 

의식이 있으신 듯...

감으신 눈에 가득 담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사랑과 미움,

자기도취와 자기 부정이 영혼에 총화되어 이제 마무리 하시고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밤이 새도록...

머리를 쓰다듬어 드리며 임종을 기다렸다.

날이 환하게 밝았다.

그리고 사제관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깐 다녀와야 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임종 하셨다는 것이다.

전화를 내려 놓으며

'이 약속은 하느님이 깨뜨리게 하셨다' 고 투덜거렸다.

 

왜 하필이면 그 10 분 사이에...................

 

.........................

 

그리고,

내 대신 하느님께서 분명히

할아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데려 가셨으리라는 생각에

머리를 들고 십자가를 쳐다 보았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