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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목 일기] 추억여행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6 조회수652 추천수7 반대(0) 신고
 
추억여행
 

 

- 중림동 성당 -
 
                                                       
 
                                                          - 서웅범 신부(제주교구 동광본당 주임 ) -
 
 지난 1월, 두 번이나 서울에 가서 혼배주례를 했습니다. 서울서 혼인하는
 
저희 본당출신 두 젊은이를 위해서였습니다. 객지에 새둥지를 트는 그들에
 
게 온 마음으로 축복의 기도를 해주면서, 저 역시 그들 덕에 한국 가톨릭의
 
심장인 명동대성당과 성당 건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중림
 
동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은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명동대성당 미사를 집전하며 뒤편 2층 성가대를 봤습니다. 28년 전 신학
 
교 초년생 시절, 선배 신부님의 사제수품 미사 때 성가를 불렀던 추억이 있
 
는 곳입니다. 그때 멀리 제단을 내려다보며, 제단에 오른다는 것의 뜻을 생
 
각하며, 가슴 벅차오름을 느꼈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그것이 실현돼 있
 
음을 오늘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하느님 나라의 완성도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체험되리라는 희망도 가져봤
 
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마음으로 그분의 제단에 엎드려 저 자신을 봉헌했
 
습니다.

 중림동 성당에 가려고 지하철 충정로역에서 내렸습니다. 지상으로 올라
 
온 저는 '옛 자리'를 만났습니다. 그곳은 35년 전, 중학교 1학년 한 학기를
 
그 근처에서 다닌 후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길은 넓혀
 
졌고, 건물은 고층으로 높아지고 세련된 외모로 치장했지만 동서남북 위치
 
는 그대로였고 그 안에는 많은 기억과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엇이 부
 
끄러웠던지 버스정류장에서 뵌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여 담임선생님께 인사
 
도 못하고 못 본 척 얼굴을 돌렸던 까까머리의 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옛 초등학교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라 생각했던
 
수양버드나무는 의외로 작은 나무였습니다. 전교생이 함께 뛰어도 빈 공간
 
이 많았던 그 큰 운동장은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좁은 공간에 불과했습니
 
다. 건물과 교실들은 리모델링돼 있었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1학년 때 교실
 
과 제 책상자리를 찾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뜻밖에 주어진 기회를 통해, 가끔 생각으로만 그려보던 옛 추억들을 실
 
제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과거 속 저는 그때마다 늘 나름
 
대로의 세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과거가 무조건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 그리고 그 세계는 지금의 그것보다는 조금
 
은 더 단순하고 순수한 모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인간의 내
 
면이 과거로 가면 갈수록 그 영혼이 더 맑고 아름다울 것 같은 느낌, 그래
 
서 내 생명의 시작이 순수 자체였다면 우리는 그 옛 친구를 언젠가 다시 만
 
나야만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한결같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오늘 가난한 마
 
음으로 참 생명을 살아감으로써 말입니다.
 
 
 
                                      영화 ``파리넬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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