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출가 수행자(出家 修行者)"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6 조회수542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6.2.16 연중 제6주간 목요일

야고2,1-9 마르8,27-33

                                                



"출가 수행자(出家 修行者)"



수도원 새 숙소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감방(監房)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속을 떠난
출가 수행자라는 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타의가 아닌 자발적으로 하느님이 좋아, 하느님 찾아 출가하여
수도원에 들어온 우리 수도자들, 출가 수행자들입니다.

소위 삼구(三仇)라는,
영신 생활에 세 원수 육신, 세속, 마귀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바로 세속을 떠났다는 출가의 의미,
이 육신, 세속, 마귀의 유혹을 끊고

오직 하느님만을 찾으며 산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내적으로 세례를 통해 1차적 출가는 이루어졌다 봐야 할 것입니다.
하여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은 모든 신자들 역시,
내적으로는 출가자라 할 수 있습니다.

참 역설적인 게 세속을 버리고 하느님 찾아 출가한 우리들인데
어느새 하느님 자리에 육신, 세속, 마귀가 자리 잡고
수도원이 또 하나의 세속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싱싱한 출가자가 아니라
세속을 찾는 가련한 세속인 수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을 따라나선 베드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 예고 안에 숨겨진 주님의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펄쩍 뛰며 반박하던 베드로, 주님의 호된 질책을 받습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르8,33).”

바로 하느님 자리에 사탄이 들어와 하느님의 일을 까맣게 잊고
이기적 자기의 일만 생각하면 누구나 사탄이 될 수 있습니다.

종전에 주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하던 베드로,
자기 생각에 빠지는 순간 졸지에 사탄이 되어 버렸습니다.

빛이 사라지면 저절로 어둠이 들어오듯,
하느님 사라지면 저절로 사탄이, 육신이, 세속이 들어와 마음을 채웁니다.

하느님 늘 내 마음을 채우고 있을 때,
하느님 마음을 닮아갈 때 결코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눈엔 누구나 다 똑같은 평등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목욕탕의 벌거벗은 몸뚱이들에서, 땅 속에 묻히는 가난한 몸뚱이들에게서
언뜻 인간 평등의 비밀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셨습니다(야고2,5).

그러니 누가 부자이고 가난한 자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 눈엔 부자가 하느님 눈엔 가난한 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 부자는

그 마음 세속, 육신, 마귀가 아닌 하느님으로 가득 채워진 자들입니다.

이게 바로 미사 때마다 체험하는 출가 수행자들의 기쁨이자,
진정 하느님을 믿는 모든 이들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니
주님 면전에서 넘치는 기쁨을 누리리이다(시편16,11).”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