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리엔테이션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19 조회수679 추천수12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2,1-12 지붕을 뚫고 내려온 중풍병자를 치유시켜주시는 복음입니다. 예수님 가까이 가지 못하게 입구를 가로막는 많은 병자들. 그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들. 찌그러지고 비틀린 수많은 거짓 자아들은 언제나 그분을 만나는데 장애를 일으켰지요. 그 많은 환자들의 모습에다 하나씩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너는 나의 두려움이다" "너는 나의 근심이다" "너는 나의 불안이다" "또 너는 나의 미움, 질투심, 경쟁심, 분노다" "너는 나의 소심함" "너는 나의 무심함" "너는 나의 완고함" . . . . 그렇게 하나씩을 이름붙여가며... 내 안에 살고 있는 그들을 모두 불러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예수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았습니다. 그 모두는 나였고, 그래서 나는 꼼짝도 못하는 중풍병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분을 만나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특단의 비상조치를 취해야 할 판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들것에 태워 지붕으로 기어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네명의 협조자들 역시 나 자신이었습니다. 예수님 앞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야한다는 그래야 생명과 구원이 있다는 '나의 의지들'이었습니다. 기를 쓰고 지붕에 올라가긴 올라갔는데 지붕까지 뚫었는데 이번엔 침상에 네 줄을 달아 균형을 잡고 잘 내려와야 했습니다. "네 줄이 균형을 잡아야 그분 앞에 안전하게 도착한다는 것" 나는 이 줄의 의미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에 꼭 들어맞는 시기 적절한 하느님의 말씀이었죠. 이성과 신앙, 말씀과 실천의 네 줄? 기도와 행동, 배움과 가르침의 네 줄? 하느님과 이웃, 성서와 성사의 네 줄? 그렇습니다. 때에 따라 네 줄의 이름을 다르게 붙여도 상관없지만 하여튼 그런 것들이 탄탄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 그분 앞에 공손히 내려와 그분을 뵈옵는 것이 아니라 꼴사나운 추락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말아야할 것은 그분은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라. 밑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그분을 알기 위해, 그분의 가르침을 알기 위해,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고 있는 듯 느껴지더라도 (지붕을 올라가듯...) 최종적인 만남은 역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내려가지 않고는 그분을 궁극적으로 만나지 못할 것이며 그분과 만나지 못하면 결국 치유도 죄사함도 모두 실패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사방이 막혀있는 중풍병자인 나, 그분에게서 치유를 받아 온전해지고, 죄사함으로 더없이 깨끗해지는 날, 무수히 둘러 서 있던 나의 일그러진 분신들조차 '하느님을 찬양'하는 한 무리의 '찬양단'이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내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 뿐임을 일러주셨습니다. 예수님, 그분은 오늘도 저의 내려옴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계실 것입니다. 위태위태, 간당간당 줄에 매어달린채 조심조심 내려오는 저를 말입니다. 그 생각만 하면 저는 용기가 납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내려오게 됩니다. 아니, 내려오는 것을 아주 기쁘게 여기게 됩니다. *이 글은 전에 올려놓았던 적이 있는 글입니다. 이 묵상도 제게는 잊혀지지 않는 묵상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직접 내려주신 묵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어려운 결정끝에, 신학대학에 들어가기로하고, 피정을 갔을 때. 아론의 집 소성당에서 저는 주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예수님, 저, 학교 들어가는데 무슨 말씀을 해주실거예요?" 잠시 후, 아주 짧은 찰나였다 생각되었고, 전광석화같은 스침이었는데, 그것을 글로 만들어보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마련해주신 오리엔테이션이었던 셈이죠. ^^* 지금 학부 마지막 한 해를 남겨둔 저로서는 저 지침을 얼마만큼 부끄럽지않게 생활화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 ....................... 방학이 거의 다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일삼아 묵상글을 올려놨었지만 이제는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개학 준비도 해야하고, 흐트러진 마음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수선한 글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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