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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렸을 때, 추억속의 한 아저씨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0 조회수632 추천수6 반대(0) 신고

 

나해 연중 7주간 월 마르코 9, 14-29- 어렸을 때, 추억속의 한 아저씨

 

 

 

어렸을 적에 제가 사는 동네에 한 아저씨기 있었습니다.

그 어떤 괴롭고, 슬픈 일이 있었는지 맨 정신일 때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술을 자주 드셨습니다.

술을 마시고 그냥 집에 가서 쉬면되는데, 꼭 저에게 심한 장난을 치셨습니다.

그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습니다.

10원이나, 50원을 갖고 동네 조그마한 가게에 가서 5원짜리 젤리를 사고 먹으며 집으로 오다가 그 아저씨를 만나면, 아저씨는 저를 번쩍 안아서 젤리를 맛있게 씹고 있는 제 입안에 침을 퇴 뱉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저였지만, 화도 나고, 너무나 억울함에 커서 꼭 복수를 하리라고 다짐하며 울면서 집으로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아저씨의 장난과 술을 마시는 습관은 장가를 가면서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면서도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고삼이 되자 아저씨의 아들이 어렸을 적, 저의 나이 쯤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자, 어렸을 적에 슬픈 추억이 생각이 나고 또 장난을 좋아했던 저인지라, 아무 의식 없이 ‘저 어렸을 때, 이렇게 했지 예!’ 라며, 아이의 입안에 침을 뱉는 시늉을 했었습니다.


순간, 아저씨는 담 위에 올려진 돌을 두 손에 쥐고는 저를 치려는 행동과 함께 ‘뱉어라, 뱉기만 해봐라’며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참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당했던 아픔 기억이었지만, 나름대로 그 때를 되돌아보고 싶었는데, 저의 장난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저씨기 못내 서운하고 미웠습니다.


‘어렸을 적에 저에게 이러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때의 기분과 아픔을 잘 알기에 뱉으라고 해도 뱉지 않습니다. 그저 장난한 것입니다. 그 장난을 이해해 주지 않으니, 섭섭합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신앙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사제가 되지 않았더라면... 어렸을 적 상처뿐만 아니라, 고 삼 때의 장난을 이해해 주지 않은 아저씨에게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할말은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소문난 망나니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 아저씨 역시 아버지의 입장이 되었기에,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구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들이었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녀이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고, 또한 그 보다 더 심한 행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과 벙어리, 귀머거리 영에 걸린 아이의 아버지의 만남이 소개 됩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노력, 정성, 시간, 돈을 소비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차리라 자신이 아들의 병에 걸리고, 아들은 건강하게 살아가면 좋으련만...’ 이란 마음으로 살아갔을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음에 가슴 아파 하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올인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아들의 병을 고쳐 달라고 청을 드렸을 것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믿음이 부족하면 도와주십시오.’ 라고 간청하고 애원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에게  슬픈 추억이 있는 아저씨의 마음과 복음의 아이 아버지의 모습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랑이...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하는 모습이 오늘날 개인, 가정의 문제를 넘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녀임과 동시에, 아버지요 어머니입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부모로서 자녀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내리 사랑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내리 사랑이 지금 나에게.. 내 가정에서 어떠한 모습인지... 어떻게 변형되어 버렸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라며 오늘 복음 말씀을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
                                                                     숲속의 정경 Op.82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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