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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 묵상 - 아그들 한테 가요.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1 조회수628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진 묵상 - 아그들 한테 가요.

                                       이순의

 

 

배가 들어 올 시간이면

어김없이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

 

 

 

 

 

 

 

섬마을의 버스는 뱃시간에 맞춰서 운행합니다.

바람이 불어 배가 출항하지 않으면

버스도 운행하지 않습니다.

 

 

 

 

 

 

 

 

<아짐, 어디가시요?>

<날 따수와지기 전에 아그들 보고 올라고 나가네.>

<날 따수와지면 아그들을 못 본다요?>

<농사일이 바쁘면 어쭈꼬 아그들 보러 가것능가?

가실(=가을)이 끝나야제!>

 

 

 

 

 

 

<잘 댕겨 오시시오. 아짐!>

<어이. 자네도 잘 쉬었다가 가게.>

<야~! 아짐.>

 

 

 

 

 

 

 

 

섬마을 버스는 동구밖을 돌아서 가시고

 

 

 

 

 

 

 

저기 휴면의 들 가운데를 달려 가시는 섬마을 버스는

생동하는 생명이다.

곧!

대지(大地)는 잠 깨어 일어나 초록을 이룰 것이고....

 

 

 

 

아짐이 버스에 짐을 싣고 있을 때

거들어 도와 드리지 않고

사진만 찍으면서 생각나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독수리의 먹이가 되고있는 소녀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서 퓰리처 상을 탔다가

비난과 인륜 사이에서 번민하다 자살한 작가가 떠 올랐습니다.

내가 그런 작가도 아닌데

아짐을 도와 드리지 않고 사진을 찍는 양심이 아파버린!

 

내가 사진 찍기를 중지하고 다가갔을 때는

이미 아짐이 차에 오르고 계신.......

그 작가처럼 자살을 하고 싶지는 않고

한 토막 양심선언을 하고 싶습니다.

 

 

 

 

공동체 교육(피정)을 가셔야 하는 교우 아짐 아재들을 마을의 정자나무 아래서 아침 9시 30분에 만나 태워다 드리기로 했다.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신다는 말씀에 제가 왔으니 모셔다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시골의 어른들은 늘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을 까먹은 나는 정확히 아침 9시 30분에 마을의 정각앞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교우 아짐도 아재도 계시지 않았고, 뭍에 나가시려고 버스를 기다리시는 동네 아짐만 소식을 전해 주셨다. 

<허연차를 타고 모아서 가든디.......>

그 아짐은 아침 갯바람이 얼마나 추우신지 남의 집 처마 밑으로 비닐 하우스 사이로 들었다가 나오셨다가 버스를 놓치지 않으시려고 애를 쓰셨다. 버스를 놓치면 배를 타지 못하는 절대적인 섬의 교통 수단을 알고있는 나로서는 그 아짐을 외면하고 야박하게 돌아설 수가 없었다.  

<아짐! 버스 올 때꺼정 내 차에 타시시오. 잉>

아짐은 너무 고마워 하시며 차에 탔고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리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허연차는 피정하기로 한 공동체 성당으로 일찍 가시는 신부님께서 마을 앞에 서 계시는 교우들을 보시고 태워 가신 것이었다.

 

 

 

 

그 덕에

저는 잠깐 내려서 풍경을 찍었습니다.

버스에 오르시는 아짐의 모습을

벗님들께 사랑으로 전해 드립니다.

보따리 보따리 들고 지고

무엇을 저렇게 많이 담으신 어머니의 사랑을

전해 드립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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