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제 이 길을 건너면,당신 손아귀에서 영원히 머물렵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3 조회수658 추천수7 반대(0) 신고

어제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선교사님들께서 힘들게 맺어놓으신 열매를,

너무 쉽게 앉아서 야금야금 받아만 먹고 왔지 뭐예요 >.<

염치불구하고, 오랜만에 영혼에 밥을 줄 수 있어서,

그저 보람차기만 했답니다 ^@^

 

피정중에 주님께서 제게 시냇물을 보여 주셨습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투명하고 맑기 그지 없습니다.

한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시냇물가에 서 있습니다.

시냇물 건너편에는 주님께서 서 계십니다.

 

왠지 모르게 주님께서 서 계신,

저 건너편은 훨신 더 평화로운 세상 같아 보입니다.

왠지 모르게 아이가 서 있는 곳 과는 색깔마저 달리 보입니다.

 

주님께서 어린 아이에게, 어서 건너 오라며 손 짓 하십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불안해 보입니다.

아이 혼자 건너기에는 물살이 거세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놀랍게도,

땅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거센 물살을 바라 보지도 않습니다.

그 아이의 눈은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있을 뿐 입니다.

주님께서도 아이에게 환한 얼굴로, 어서 오라 손 짓 하십니다.

아이는 주님께 눈을 고정 한 채,

희망 가득한 얼굴로, 시냇물을 건너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이 서 계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 갔습니다.

방갑게 맞아주시는 주님 품안에서, 아이는 마냥 행복해 합니다...

 

왜 주님께서 어린아이를 보여 주셨을까요.

왜 주님께서 구지 어린아이를 험한 물살 가로질러 건너게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주님께서 아이 스스로 건너오게 내버려 주셨을까요...

 

저 역시,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늘 그러하시듯,

저를 당신의 몽당연필로 변신 시켜주시고 나서야 시원한 답을 주시네요 ^@^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저 어린아이 처럼,

아니 그보다 더, 힘없고 나약함을 알고 계신다 하십니다.

험한 물살이 우리 눈앞에 놓여, 두려움이 한발 앞설때에도,

우리들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건너편에는 항상 주님께서 우리를 맞이하려,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험한 물살을 보고, 겁이 덜컥 들더라도,

당신만 바라보라 하십니다.

험한 물살을 보지 말고, 당신께 눈을 고정시키라 하십니다.

 

그래요, 주님께서 우리를 번쩍 들어다가,

당신 코앞에 갖다 놓으실 수 있어도, 그렇게 하시지 않으심은,

우리 스스로가 그 길을 건너길 바라시기 때문 일 것 입니다.

당신께서 그 험난한 십자가의 길을 달게 걸어 가셨듯이.

당신께서 성부 하느님을 믿고,

오롯이 당신 가실 가시밭길을 묵묵히 가셨던 것 같이.

우리들도 그 길을 가야 할 것 입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이,

결코 그분 혼자만의 길은 아니었을 것 입니다.

십자가 저 건너편에 서 계신 당신의 아버지만 바라보고 가셨을 것 입니다.

그 길만이,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우리들을 위한 길이 셨을 것 입니다.

 

"파스카" 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파스카는 "지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따라 홍해바다를 지나,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해 갑니다.

 

저는 매일매일 수많은 유혹과 싸우고 또 싸웁니다.

주님을 알아 갈 수록, 사랑이 깊어질 수록,

아무도 알수 없는 나 혼자만의 내적 유혹에 시달리면서,

때로는 두려움에 떨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결코 놓지 않을 끈이 있습니다.

그 끈은 나의 하느님 이십니다.

 

때로는 곁눈질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내 곧 다시 주님께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끈을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끈을 붙들고, 저는 오늘도 홍해바다를 건넜습니다.

매일매일, 매 순간순간 그 끈을 붙들고, 저는 파스카를 기억합니다.

내가 건너야 할 수많은 것들을 기억합니다.

때로는 그 길이, 꽃밭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기적인 내 욕심은 늘 그런 꽃밭이기를 바라지만,

애석하게도 그 길은 가시밭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제게 보여주신 아이 처럼,

땅을 바라보지는 않으렵니다.

내 눈 오직 하느님께 고정하고,

주님만 바라보고 건너가렵니다.

 

내가 그 길을 건널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나보다 주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 입니다.

못 건널 길이라면, 제게 걷게 하시지 않을 주님 이십니다.

주님만 믿고, 따르는 이 발걸음, 오늘따라 더욱 가볍고 신바람이 납니다 ^@^

 

오늘 주님께서는 복음말씀을 통해 험한말씀을 해버리셨습니다.

(마르코 9:41~50)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 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 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참...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해 지는 말씀이시지 뭐예요...

우리들의 욕정, 야망, 시기, 질투, 게으름, 냉랭함, 무관심, 불신, 애착등을,

우리몸의 지체들을 비유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결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재산, 지위, 보석, 욕정, 게으름, 시기, 아집, 애착 등이 아닐까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도,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오늘, 그 나름대로의 방법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과 우애를 쌓느라고, 하느님을 등한시 해왔던,

우리들의 잘못된 방법을 생각해 보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내 내려 놓지 못할,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을 숨기지 말고, 주님께 내려달라 구할 수 있는,

겸손된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네 근심을 주님께 맡겨라.

 주님께서 너를 붙들어 주시리라.

 의인이 흔들림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으시리라."

 

주여!

당신께서 제 목소리를 알아 들으시니,

저도 당신 목소리 알아 들으나이다.

저 멀리서 들여오는, 당신의 방가운 목소리...

내 가슴 벌써부터 설레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 길을 건너면,

나, 당신 손아귀에서 영원히 머물렵니다.

당신 냄새, 당신 숨결속에서 영원히 머물렵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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