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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촌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4 조회수699 추천수7 반대(0) 신고

 

나해 연중 7주간 금 마르코 10, 1-12- 무촌

 

성씨, 족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회에는 촌수가 있습니다.

부모님과 자녀와의 촌수는 1촌 입니다.

형제자매간의 촌수는 2촌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3촌, 4촌, 5촌으로 계속 확대되어 갑니다.


그런데, 부부사이에는 촌수가 없습니다.

왜 없는 것일까요? ‘도로남’이란 노랫말처럼,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어 버리기 때문일까요?

혹시, 그 이유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시면, 좀 알려주십시오.


저는 그 이유를 오늘 복음 말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리사이파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이에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8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그들은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결혼을 한 부부는 더 이상 둘이 아니라, 한 몸입니다.

결혼 전에는 각자 개별적인 고유한 몸이었지만, 결혼을 통해 둘이 하나가 되어, 더욱 완전하고, 성숙한 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둘이 아니라, 하나, 한 몸이기에, 부부사이에는 촌수가 없는 것입니다. 촌수가 있다는 것은 하나가 아니라, 둘을 의미합니다.

나와는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결혼에는 이런 의미가 있기에... 아니, 이 의미가 가장 크고 중요하기에, 우리 선조들은 결혼을 ‘이성지합’이라고 말했나 봅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둘이 한 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늘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언제나 달콤하고, 꿈속을 헤메는 듯한 신혼이 아닙니다.


신혼의 달콤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신혼이 달콤함이 오래간다면... 결혼의 끝남을 의미하는 죽는 그 순간까지 이어진다면... 왜, 이혼하는 부부가 생겨나겠습니까?

왜, ‘사랑은 2-3년 정도면 식는다. 그 후에는 정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그토록 마음에 와 닿겠습니까?


이는 자기식대로만 하려는... 자기 마음대로만 생각하고 살아가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둘이 아니라, 한 몸이 된다.’고 할 때, 이는 두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흡수가 아닙니다. 자신의 개성, 성격 등 하느님께 받은 고유한 본성을 없애고,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상대방을... 자신의 배우자가 자신과 똑같은 존재요,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주는 것이요,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전에는 다른 집에서 살고, 다른 이불을 덮고 자며,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갔지만, 이제는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이불을 덮고,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실제 결혼생활은 이러지 못하고, 상대방을 자신에게 맞추려 하고, 자기 식대로만 살아가려 하다보니, 미움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고, 내가 미쳤주, 눈에 콩깍지가 끼엉 참 모습을 못봤주...’ 라고 탄식하며 해서는 안 되는 이혼까지도 생각하게 되고, 실제 스스럼없이 이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이론적인 내용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결혼의 참 맛을 온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제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일 뿐입니다.

그저 결혼의 중요성과 이상향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저의 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결혼 생활의 의미, 목적, 완성은 이러저런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있습니다.

많은 아픔, 고민,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는데 있습니다.


결혼 역시, ‘성소’이기 때문입니다.

사제, 수도 성소만 성소가 아니라, 결혼 성소 역시 하느님 친히 당신의 강복으로 맺어 주셨고, 하느님만이 떼어놓을 수 있는 완전한 결합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거룩한 성소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경험은 삶에서 나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다는 것은, 인생의 막바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그냥 얻어진 결과가 아닙니다.

젊은 날의 기쁨과 행복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상처, 고통까지 모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중하고 값진 결실입니다.


이에, 혹 주변에 가정의 불화가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혼하려고 하는 부부가 있다면.. 단순히 ‘아이들도 있고, 그냥 참으라. 다덜 겅 참으멍 살았져... 살다보믄 살아진다.’는 식의 말로 위로하지 말고, 여러분들의 삶의 여정을.. 결혼생활의 아픔과 상처를 말씀드리며 ‘우리는 이렇게 극복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바로, 여러분들의 삶의 경험과 결실을... 젊은 날의 초상을 알려준다면, 불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에 참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몸을 둘로 나누려는 부부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


가정의 소중함과 결혼의 신성함, 성소의 의미가 파괴되는 오늘날의 현실에 여러분들의 결혼생활과 그 삶의 주는 결실은 진정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해결책이요, 가장 좋은 처방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모짜르트 '아,어머님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 K.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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