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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주님과 모성애 사이................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8 조회수956 추천수9 반대(0) 신고

                                                    * 노병규님의 글에서 빌린 사진

 

 

 

  어머니의 영토에서 피는 모성은 계절을 모릅니다.

계약의 뒷바침이 없어도 자녀에 대한 진실만을 두 팔로 끌어안고

몸을 떠는 마음은 당신에게서 비롯됐습니다.

 

하루에도 숱한 어머니들을 만나며

그분들이 자녀를 위해 자신을 포기해 왔고

자신들의 자국마저 지워왔던 얘기들을

담담히 들을 수 만은 없어서 당신께 보고하는 것입니다.

 

그 어머니는 매우 열심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눈가의 주름을 타고 내리며

한숨을 땅이 꺼져라 하고 내쉬고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어머니의 심장을 쥐어뜯고 애를 태우는 자식의 신변에

무슨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긴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는 것입니다.

 

이젠 눈물이 마를때도 되었건만...

자식을 향해서는 마를 날이 없는 모양입니다.

 

주님,

엄청난 사랑엔 반드시 유혹이 따르곤 합니다.

아주 용하다는 점쟁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당신이 주신 모성애도

허약한 방황으로 꿈틀거리는 모양입니다.

 

그 점쟁이가

자신이 주는 부적을 지니지 않으면

그 자식이 몇 개월 안에 큰 죄를 짓게 되고

교도소에 수감이 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 삼 십만원을 주고 그 부적을 받고는

몸을 떨었다고 했습니다.

정신 없이 집에 돌아와 아들의 베개 속에 집어 넣고는

겨우 안도의 숨을 쉬었는데....

 

그때 비로소,

당신이 처참하게 달린 십자가가 보였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당신 모습과 교도소에 수감된 아들의 모습이

엇갈려 떠오르면서...

어머니는 죄책감에 몸둘 바를 몰랐다는 것입니다.

 

몇 개월 동안 영성체도 못하고

성당 뒷 전에서 어머니 된 죄로 통곡만 했을 뿐이었다며

이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모성애는 무슨 일이건 다 할 수 있으니 죄가 아니라고...

답하려고 하다가 말았습니다.

 

온갖 풍상을 헤치며 가시밭 길을 밟아오는  가슴엔

한숨 소리가 끝도 없이 묻혀 있습니다.

 

주님,

천명(天命)으로 깔려진 어머니의 도정은

늘 어둡고 춥기만 한 모양입니다.

 

며칠 전은 참 추웠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귓전을 때리던 밤 열한 시,

성당 주변을 돌아 보는데

성당 밖 철문을 잡고 한 할머니가 울고 있었습니다.

 

웬일이시냐고 여쭈었더니

아들한테 쫓겨 났다는 것입니다.

일찍 남편을 여위고 그 아들 하나 만 위해 일생 행상을 하여

장가를 보내 살림을 차려 주었는데..

 

며느리도 쫓아내고,

집도 날리고,

단칸 방에 세들어 사는 어머니 방 전세돈 마저 빼달라며

술에 취해 폭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서 어서 이 영혼을 데려가소서."

주문처럼 외우고 있었습니다.

헌신과 사랑을 먹이고 빈 껍질마저 발판이 되고자 굽어진 허리,

그 허리를 펴시고 눈을 감긴 영 글렀습니다.

 

이젠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기진하여

그 곤함이 영혼 깊숙히 스며들 때..

그 모습을 지켜보시는 당신의 눈길만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님,

그 간절한 손길로 뜨겁게 빚어 내린 자녀의 모습을...

풀무질에서 달구어 낸

순도 높은 보석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자꾸 지쳐만 가는 어머니들의 표정을 보십시오.

당신이 주신 애환 일체를 드리면서

삶의 저문 들녘에 선 그분들이

제발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주기만 했으니 나에게서 받으라!" 라는.......

 

 

          한 몸 이었네

          갈라져 두 몸 되었는데

          한 쪽은 단 것만 먹어 단맛 만 알고

          한 쪽은 쓴 것만 먹어 쓴맛 만 알게 되었네

          처음엔 한 몸 이었다네....... 

 

               * 이 시는 작자 미상 인데 제가 덧붙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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