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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뭘 포기 했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8 조회수1,059 추천수9 반대(0) 신고

 

나해 연중 8주간 화 마르코 10, 28-31- 뭘 포기 했나?

 

 

사제로 살아가는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 있어 나누고 싶습니다.


‘† 제가 행한 모든 교만을 전능하신 하느님과 신자 분들께 고합니다.

† 사제된 지 10년 되었습니다.


사제 생활하는 동안 예수님은 자꾸만 작아지시고 저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고해 실에서 목소리가 점점 커져갑니다.

존경했던 선배 신부님들이 지금은 비난의 대상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목의 대상이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로 옮겨갑니다.

초대받는 자리에 으레 가장 좋은 가운데 자리에 먼저 앉아서 받습니다.

어르신들이 무릎을 꿇고 술을 주셔도 이제는 앉아서 받습니다.

전엔 예수님을 뵈러 가정방문을 갔는데, 이제는 예수님이 되어 가정방문을 갑니다.

칭찬과 감사, 격려의 말보다 불평과 원망, 지시의 말이 많이 나옵니다.

타인의 말을 듣는 시간보다 말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집니다.

강론도 자꾸 길어집니다.

교우들과의 회합 때 무조건 나의 판단이 옳다고 우길 때가 많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죽는 줄 알았는데 안 해도 되는 이유가 자꾸 늘어납니다.


†이 밖의 알아내지 못한 교만에 대해서도 뉘우치오니 용서하여 주소서. 아멘.’

(다음 카페 ‘여기 있나이다. 주님’ 조병환 세례자 요한 신부님 글 중에서....)


복음에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께 묻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진실로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사제직을 통해 주님을 따르겠다고 다짐한 저는 집과 가정과 부모님과 자유의지를 포함한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버리겠다고 해지만, 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좋은 집(사제관)이 있고, 함께 살아가는 가정 공동체가 있습니다.

저의 자유의지를 포기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저의 삶이 있고, 자유가 있고,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정말 ‘버리면 다 많이 받는다.’는 주님의 말씀처럼 이곳 중앙 성당 신자 분들이 저의 부모님이요, 형제요, 자녀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저를 아들로 생각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이들을 자녀로... 청년들을 동생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내가 버린 것을 것의 없지만, 받은 것은 너무 많습니다.

박해는커녕, 너무 풍족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이 받은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도 않는 박해에... 어려움에 자주 머물게 됩니다.

이미 풍족하게 주어졌음에도, 버렸다는 이유로...포기했다는 이유로.. 더 많은 것을 원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에 대해 감사하지 못합니다.


이런 저의 모습은 분명 첫째입니다.

그러나, 이 첫째의 모습이 언제까지 첫째일지 반성해 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포기했다는 것이 진정 여러분의 삶 안에서... 마음 안에서 포기되었습니까? 여전히 자신 안에 있고, 어쩌면 더욱 많이 사용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까?

저처럼, 있지도 않는 박해와 어려움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는 그 안에 갇혀 힘들다고... 괴롭다며.. 하느님께, 가족에게, 이웃들에게 외치는 것은 아닐까요? 꼴찌로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정작 첫째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모두는 이미 하느님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주님을 위해 10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그 나머지 90은 받았습니다.

아니, 포기한 그 10까지도 열배, 백배의 모습으로 우리 안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이미 주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셨다는 것!

주님을 따름에 있어... 신양생활을 함에 있어 기꺼이 포기한 그것까지도 주님께서는 주셨다는 것을 깨닫고 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리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첫째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꼴찌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첫째가 되는 길일 것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Johann Pachelbel(1653-1706) Canon & Gigue in D major
                 for 3 Violins & Basso Continuo3개의 바이올린과  바소 콘티누오
                       (통주저음)를 위한 지그 D장조 James Galway, F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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