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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여! 숨은 일이 무엇입니까..."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1 조회수799 추천수11 반대(0) 신고

오늘부터 사순시기가 시작이 됩니다.

주님을 생각하면 늘 신바람이 나던 제가,

오늘은 왠지 주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고, 답답해 옵니다.

드디어 사순시기가 시작이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시절에도,

어린이 미사에서 "오늘부터 사순절 입니다!"

라고 하시는 선생님들과, 신부님의 말씀을 듣는 매년 이맘때,

어린 골룸바가 짠~한 가슴을 웅켜쥐고,

눈시울 적시며 열심히 불렀던 노래...

 

'수난기약 다다르니, 주 예수 산에 가시어,

 근심중에 피땀흘려, 성부께 기도하시네...'

 

그때부터 였을까, 왠지 이 시기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뭐 특별히 주님위해 해드릴 일도 없으면서,

혼자서 유난을 떠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본성과 본능이, 내 영육이,

알아서 반응하는 때 요, 알아서 주님앞에 더욱 납작 업드리는 때 입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육신을 기억하는 때 입니다.

아무리 큰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의 육신이라 한들,

흙이 아닌, 금으로 돌아갈리 없겠지요...

하느님께로 부터 온 우리들의 영혼이,

하느님께로 다시 돌아가야 함을 기억하는 때 입니다.

 

깊은 산속입니다.

끝이 안보이는 무성한 나무들이 첩첩이 쌓여,

한치 앞길을 내다 볼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그 곳을 헤매이고 있습니다.

헤매이고 또 헤매입니다...

나뭇가지에 긁힌 몸은 온통 상처 투성이 입니다.

밤새 헤매이는 그 사람에게도, 날이 밝아옵니다.

마지막 힘을 다해 걸어갑니다.

 

빽빽한 산림속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작고 동그란 초원이 나옵니다.

동그란 초원 주변은, 여전히 무성한 산림이지만,

그곳만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한 가운데에, 작고 예쁜 집이 있습니다.

사탕으로 만든 집 같아 보입니다. ^@@^...

그 집 지붕에는 굴뚝이 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습니다.

 

사람이 지친 팔을 들어, 나무 문을 두드립니다.

집의 문은 어느새 열리고, 주님께서 맞이하십니다.

환한 얼굴로, 수고하였노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얼핏 집안이 들여다 보입니다.

성모님께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계시는 듯 합니다.......

 

너무도 행복해 보입니다.

영원히 마르지 않을, 행복과 평화가 넘쳐 흐르는 곳 같습니다.

이제 그 사람은, 저 집에서 주님곁에, 어머니 품안에 살아 가겠지요.

따스한 저 곳에 내가 초대받아 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하지만, 찾아 가는 그 길이 너무 무섭습니다.

힘든 것은 견딜수 있을지 몰라도, 막막함은 견뎌내지 못 할것 같습니다.

온통 하늘 끝까지 치솓은 나무로 둘러 싸여,

가도, 또 가도 끝이 없는 저 곳을 반드시 찾아 내리란 확신도 없이,

막상 나설 용기가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바로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우리의 집입니다.

두렵고, 용기가 나지 않더라도, 이미 시작되어 버린 우리가 가야할 그 길 입니다.

우리들의 육신은 썩어 없어져, 흙으로 돌아갈 테지만,

우리들의 영혼은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죄중에 태어나, 죄속에 살아가면서,

하느님을 닮은 우리들의 순수함과, 천진난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돌아가야 할 집을 자꾸만 잊게 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기억이 쇠퇴해 갑니다.

결국은, 아득하고 깜깜한 기억속에 살아 갑니다.

다시 되돌이키기란 점점 힘이 들어 집니다.

 

우리들의 본성은 늘 하느님께 향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천지창조 때에 우리들에게 불어 넣어주신,

당신 생명의 증거 이십니다.

자유의지를 주시었지만, 반드시 그분께로 돌아가야 할 길이 있기에,

우리모두에게 내제 시켜 주신 본성 입니다.

 

세상에는 그 어떠한 것도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반드시 한계가 있게 하셨습니다.

영원한 것은, 오직 하느님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영혼 입니다.

 

세상의 것으로는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들 입니다.

무언가 더 강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가는 우리들 입니다.

우리들의 집요한 모험심에 하느님께서는 지쳐가십니다.

뒤치닥거리도 하루이틀 이시겠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우리들은,

잃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지도 못합니다.

새로운 것에대한 희망이 우리들의 눈을 가리우기 때문일 것 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지금 이 소중한 모든것이 초라해 보일 뿐 입니다.

새것을 향해 지금 이 소중한 모든것을 등지고 떠나갑니다...

 

과속주행을 하게 되면,

속도가 오를수록, 시야가 좁아 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와 같아 보입니다.

조급해 질수록, 진리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또 하느님도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의 속도와 근심의 속도를 낮추어보면,

보이지 않던 진리가 보이게 됩니다.

조급했던 마음의 문이 한결 넓어지게 됩니다.

여기저기서 두문불출 하시는, 하느님과 더욱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

 

저는 한자를 모르지만, '송구영신' 이란 말이 있지요...

이말을 사자성어로서가 아니라,

우리 주님의 진리로서 한번 풀어보고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새해에 송구영신 이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지나간 한해의 나빳던 것들을 모두 보내버리고,

새로운 올해의 새것을 받아들이자는 의미로 말이죠.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바로 오늘,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진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의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활짝 열어 다시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모습.

가장 올바른 몸과 마음으로 다시오실 주님을 영접하는 우리들의 모습.

오래 되어 감각조차 사라진, 우리들의 뿌리 깊은 악습과,

어느새 굳은 살 처럼 딱딱해 져 버린, 탁한 우리들의 죄...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고 탄탄한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

 

세상의 것으로는 도무지 만족할 수 없는 우리들이기에,

더이상의 모험은 무의미 한 것입니다.

자꾸만 세상속에 배회하지 말고,

주님 품에 안겨, 지금 이 소중한 순간속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안겨 드릴 수 있기를...

 

아무리 초라하고 허접스런 모습의 내가 서 있더라도,

내 하느님께서 주신 이 소중한 시간과, 내가 가진 모든것에,

그저 감사드릴 수 있기를...

앞이 캄캄한 중에도, 내 하느님께서 밝혀주시는 작은 촛불에,

감사하며 만족할 수 있기를...

내가 버려야 할 것을 지혜롭게 찾아 낼 수 있기를...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겨 날 수 있기를...

주님향해 당당히 달려 나갈 수 있기를...

기도드려봅니다... ^@@^

 

주님께서 근심중에 피땀 흘리시며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시던 시기 입니다.

가족중에 어느 한사람에게, 고민이 생기면,

가족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함께 걱정하는 것 처럼,

우리도 함께 기도드리며, 우리가 넘지 못했던 고비를 넘어 설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맞이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오 6:1~18)

 

주여! 숨은 일이 무엇입니까.

내 숨은일을 찾지 마시고,

당신의 숨은 일을 드러내십시요.

죄속에 파뭍어버린, 당신을 되찾게 하여 주소서.

 

오늘도 당신을 찾아 나섭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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