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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아버지"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1 조회수634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6.3.1 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내 아버지"



오늘은 3월 첫날이자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와 참회의 시기이자, 거룩한  은총의 시기입니다.

하느님께 돌아가 하느님과 화해하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이 하는 시기입니다.
사순시기의 나날들, 바로 은혜로운 때이고 구원의 날입니다.

문득 토마스 머튼의 서품 상본 성서구절, 창세기 6;24절 말씀이 생각납니다.
“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데려가신 것이다.”

바로 사순 시기, 어느 때보다도 에녹처럼 하느님과 가깝게 사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이 내 삶의 중심임을 분명히 하는 시기입니다.

요엘의 간곡한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요엘2,12-13).”

이런 하느님께 돌아와 하느님의 마음을 체험하고 
하느님의 생생한 현존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

얼마나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남남처럼 무관하게 살아왔는지요.
삶이 혼란하고 복잡한 것은, 마음이 무디어지고 삭막해진 것은
전적으로 하느님을 떠나 자초한 화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과 화해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바로 오늘 재의 수요일 미사,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 때 있을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는 사제의 말처럼
회개하고 복음을 믿음으로 주님과 화해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사순시기 내 중심, 남 중심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 중심으로
평범하고 깊이 있게 사는 시기입니다.
허영을 완전히 걷어내고 실속의 본질을 사는 시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선, 기도, 단식에 관한 가르침을 통해
크리스천 영성의 진수를 보여주십니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삶의 비밀을 알려주십니다.

좋은 일이나 자선, 기도, 단식, 그 무엇을 하든 위선자들 처럼
사람들에게 들어내 보이려고, 사람들에게 칭찬 받으려고 하지 말라 하십니다.
허영만 만족시킬 뿐 얼마 지나지 않아 허전함만 가득할 것입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손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6,3-4).”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6,6).”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6,17-18).”

말씀들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많이 인용했습니다.
위선자들처럼 살아온 우리들을 참 부끄럽게 하는 말씀들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덕이, 숨겨진 덕이 제일입니다.
나도 편안하고 이웃도 편안하게 합니다.
자선이든, 기도든, 단식이든 사람들 모르게 감쪽같이 하고,
오직 하느님 아버지만 알게 하는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기에
사람들의 칭찬이나 비난, 존경이나 무시에서 초연할 수 있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내적으로 부자입니다.

하느님 안에 숨어 지낼 줄 아는 이들이요,
하는 모든 일들을 하느님 안에 숨겨 저축할 줄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바는 막연한 하느님이 아니라,
모두의 아버지이자 내 아버지라는 사실입니다.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네 아버지’란 다섯 번의 표현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런 내 아버지와의 관계를 깊이 하면서
평범함 속에 감춰진 풍요로운 내적 삶을 사는 사순시기,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아무쪼록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처럼
영적 갈망의 즐거움을 지니고
부활 축일을 기다리며 은혜로운 사순시기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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