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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과장, 부장, 사장, 그 다음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2 조회수879 추천수12 반대(0) 신고

 

나해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루카 9, 22-25- 과장, 부장, 사장, 그 다음은...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난 소년은 산과 바다와 들에서 뛰놀며 아름다운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진정, 근심, 걱정과 욕심이 없고 한없이 기쁜 생활이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작은 다툼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함께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렇게 중. 고등학교와 대학을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직합니다.

그 때부터 어른이 된 소년은 앞만 보며 달려갑니다.

경쟁 사회라는 이유로... 남보다 앞서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이유로.. 계속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입사한지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업무 성과가 인정되어 과장으로 승진합니다. 과장이 되니, 은근히 부장자리가 욕심이 납니다.

그 욕심 때문에, 휴일에도 직장에 나가며 달리고 또 달려, 목표했던 부장으로 승진합니다.


부장이 되고 보니, 다시 사장이 되고픈 욕망이 온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 때부터 직장 동료나 선후배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경쟁상대로만... 밟고 넘어서야 하는 존재로만 여겨지게 됩니다. 점점 동료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시기, 미움이 깊어질 때쯤에 사장이 됩니다.


사장이 된 기쁨을 한 참 누리다가, 회사원으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최고 지위에 서고 보니, 어느 덧 내려가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가 바로 ‘송장’임을 알고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됩니다.


눈을 감고 어린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그러면서 ‘내 어린시절은 어디가 버렸는가? 왜 어린 시절을 계속 키워나가 못하고 이렇게 잃어 버렸는가? 왜, 남보다 더 많이 앞서려고 그렇게 욕심을 내며 달려왔는가?’ 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을 묵상하다보니, 예화의 소년뿐만 아니라, 작년에 인기 있었던 ‘장보고’라는 드라마에서 ‘자미부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잃은 후, 절규하며 외친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자미부인 : “대체 뭐가 잘못 잘못된 거요? 내가 이룬 부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야. 천신만고 끝에... 내가 각고의 애를 써서 만든 것이야. 헌데.. 어찌 이리 허망하게 무너질 수가 있단 말이오. 말해보시오.

이 모든 것이.. 장보고 그놈 때문이야. 내 진작 그놈을 죽였어야 했어... 그놈을 죽였어야 했어....”


능창 : “부인을 모신 것만으로... 제 인생은 더 발랄 것이 없습니다. 한 가지 한이 되는 것은... 부인께서.. 가시는 위험한 길을 제가 막아서지 못한 것입니다. 부인이 손에 움켜쥔 부와 권세가... 모래알 같은 것임을... 그래서 언제라도 허망하게 빠져 나가는 것임을... 진작 말씀드리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돌이키기에는.. 위험한 길을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부인을 보고..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정화의 심정이... 지금 제... 심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해신 48회 대본 중에서...)


그렇습니다.

자미부인이 남을 시기하고, 남에게 많은 해를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잘못이 자미부인의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곧, 자신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리는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보다 더 큰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곧, 권력, 부 그 자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올인해 버린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만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온 마음과 열정을 쏘아 부은 것. 그것이 잘못입니다.

그 권력에 대한 애착이.. 과도한 욕망이 자미부인을 끝내 죽음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앞의 예화의 소년도 마찬가지 입니다.

열심히 앞만 보며 살아간 사람을 어찌 나쁘다..헛살았다..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너무 승진. 진급에만 욕심내다보니.. 자신의 모든 정성, 에너지를 쏟다 보니, 다른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승진을 최고의 목표로 삼다보니...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신의 승진에 방해되는 사람으로만... 앞길을 막는 사람으로만 여기게 되어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진정 사람이 온 세상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어떤 권력, 힘, 명예, 재물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얻고자 하는 것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목숨을 잃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삶을 소극적으로 사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인생 뭐 있어! 그 까이거 대충~~~~~’ 이란 마음으로 생활하시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여정을 마감하는 그 순간에... 하느님을 만나는 그런 순간에, ‘아.. 왜 이렇게 살았을까?’ 라고 반성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무엇을 얻으러 온 마음과 힘과 열정을 기울입니까?

나의 마음을 꽉 채우고 있어, 주님을 편히 쉬게 하지 못하게 하는 애착은 무엇입니까?


그 헛된 욕망과 그릇된 애착을 버리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보내고 있는 사순시기입니다.

이 사순시기가 우리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막아 버려, 주님을 보지 못하고 우리에 대한 깊은 사랑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하는 그것을... 헛된 애착을... 버리게 해주기에, 버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에, 이 시기를 은혜로운 회개의 때요, 은총의 시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가톨릭성가 119 / 주님은 우리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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