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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유광수신부님의 성경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2 조회수741 추천수4 반대(0) 신고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루가 5,33-39)

 

 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금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금식을 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에는 그들도 금식을 하게 될 것이다."

 

                                 * * *


 오늘 복음을 보면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한다. 금식하며 기도하기와 먹고 마심, 새 옷과 헌 옷, 새 포도주와 묵은 포도주, 새 부대와 헌 가죽 부대를 서로 대립시켜 놓았다.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즉 인간의 의식주에 관한 문제들이다. 먹고 마시지 않으면 인간은 죽는다. 입지 않고 생활할 수 없다. 따라서 오늘 바리사이와 예수님과의 의견 충돌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나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이다. 즉 먹고 마시면 살고 금식하고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금식하고 기도해야 한다고도 하고 또 먹고 마셔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먹어야 할 때 먹지 않고 금식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죽고 또 금식을 해야할 때 괜찮다고 먹고 마신다면 이 또한 죽을 위험이 크다. 그러니까 언제 금식을 해야하고 언제 먹고 마셔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 잘못된 지식, 잘못된 견해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결국은 자신을 죽이는 독약이 될 것이다.


 약이라고 해서 다 좋은 약이 아니다. 또 좋은 약이라고 해서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금식을 해야할 때는 언제이고  왜 금식과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올바로 알고 금식을 해야한다. 또 먹어야할 때가 언제이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먹고 마셔야 한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금식을 하고 기도를 하고 있었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먹고 마셨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이 왜 금식을 하지 않고 먹고 마시기만 하느냐고 트집을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서 예수님은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금식을 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에는 그들도 금식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시면서 왜 제자들이 금식을 하지 않고 먹고 마셔야 하는지를 그리고 언제 금식을 하고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금식하며 기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으로 내려오는 관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금식하며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율법 규정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왜 금식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금식을 해야하는 이유가 정말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단지 자기들이 지켜온 전통에 따라 왜 금식을 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님의 견해는 다르다. 지금은 금식하며 기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금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지금은 신랑이 와서 혼인 잔치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신랑이 누구인가? 바로 예수님이시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입장에서는 지금은 제자들이 오셔야할 신랑이 와서 혼인 잔치를 하고 있는 동안이기 때문에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손님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즐겨야지 금식하며 기도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럼 언제 금식을 하며 기도해야 하는가?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때이다." 그 때가 언제인가? 바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이다. 그러면 그 때에 가서 제자들이 해야할 금식이란 무엇인가? 제자들이 단순히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금식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신랑을 빼앗길 때 제자들이 해야할 금식이란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유는 인간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돌아가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날 우리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뜻으로 금식을 하고 기도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수해지역에 많은 수재민들이 먹지 못하고 입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고통을 겪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하고 앉아서 금식하며 기도한다면 얼마나 웃우운 일이겠는가?

 

 그것은 예수님이 말하는 금식도 아니며 금식의 뜻도 모르고 금식하고 기도하라고 하니까 하는 형식적인 금식과 기도일 것이다. 진정한 금식과 기도는 수재민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금식을 하고 금식해서 모은 돈으로 수재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보낸다면 그것이 참으로 예수님의 뜻에 맞는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는 참된 금식이 될 것이다.

 

 먹고 마시고 입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고 드러나게 된다. 먹어야할 음식을 먹지 않고 먹지 말아야 할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신다면 자기 몸에 해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먹어야할 음식과 음료인 새 포도주와 갈아 입어야할 새 옷은 무엇이며 금식해야할 헌 옷과 묵은 포도주와 입지 말아야할 헌 옷은 무엇인가?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그리스도인으로서 먹어야할 음식인 하느님의 말씀과 마셔야할 음료인 성령 즉 사랑이며 갈아 입어야 할 새 옷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 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에페 4,24)

 

 새 사람의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은 굶주림과 목마름과 헐벗음으로 죽는다. 지금은 금식할 때가 아니라 먹고 마시고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새 힘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참다운 금식인 것이다.

 

 먹지 않고 마시지도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여전히 세례성사를 받기 이전의 낡은 옷을 입고 있고 금식만 하고 있다면 절대로 신랑이신 예수님의 혼인 잔치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 포주 맛을 한번도 맛보지 못할 것이며 새 옷을 한번도 입어 보지 못한 채 늘 낡은 전통 속에 갇혀 있을 것이며 새 하늘 새 땅을 보지 못할 것이다.

 

 많은 신자들이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으면서도 하느님에 대한 배고픔과 목마름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것은 또 신랑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는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기쁘게 생활하지 못하는 이유는 먹어야할 음식을 먹지 않고 마셔야할 음료를 마시지 않고 갈아 입어야할 새 옷을 입지 않은 채 "묵은 것이 좋다."라고 하면서 낡은 습관과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명의 빵인 말씀을 먹어야할 때요,

성령인 새 포도주를 마셔야할 때이며, 새 인간으로 갈이 입어할 때 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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