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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식하는 이유"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강론 글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3 조회수1,142 추천수11 반대(0) 신고
"나해 재의 예식 다음 금 마태오 9, 14-15- 단식하는 이유... "

 

사순 시기나 마음이 괴로울 때, 자주 듣는 음악이 있습니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라는 노래입니다.

(한 번 불러 볼까요? 아침부터 돼지 멱따는 소리 낼까 두려워 참겠습니다.^^)


“내속엔 네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외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당신의 쉴 곳 없네.”


진정,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하느님이 쉴 곳이 없고, 편할 때가 없습니다. 참 묵상을 깊이 한 후에 작곡한 노래가 아닐까 합니다.


복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저희와 바리사이파들은 단식을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는 왜 단식하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교회는... 그리고 수많은 성인성녀들은 몸소 단식을 실천했고, 또한 단식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강조했던 것일까요?


성직자 수도자가 살이 쪄서 배가 나오면 보기가 흉하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일까요?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한 두 번 쯤 체험하기 위해서일까요?

물론, 교회는 단식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한 번 더 묵상하며 예수님의 삶을 본받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단식을 가르칩니다.

단식, 그 자체에 머물러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식을 통해 남은 그 몫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함으로써 단식의 참된 의미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일년에 두 번 의무적으로 하는 단식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에 동참하며 깊이 묵상을 하지 못합니다.

제가 좀 니나노, 날라리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단식의 의미를 머리로만 이해하지 마음으로... 삶으로 단식의 의미와 참 뜻에 대해 깊은 체험이 없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질책이라도 하듯이, 하느님께서는 1독서 말씀을 통해 그릇된 단식에 대해 비난하십니다.

단식의 참된 의미와 정신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저 높은 곳에 너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려거든 지금처럼 단식해서는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단식의 의미는... 단식을 통해 이루려는 것은...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고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는 것을 넘어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주님의 마음에 드는 모습, 주님의 마음에 드는 삶으로 변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내 마음 안에 주님을 모시고, 그 주님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주님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며 살아야 하는데..

'가시나무‘ 라는 노랫말에서 알려주듯이,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내 속에 헛된 바램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 주님을 모실 공간이.. 장소가 없기 때문에... 단식을 통해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편히 쉬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로... 다시금 주님을 모시고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단식을 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모시고 주님과 함께 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것!

이런 단식이 바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단식입니다.

진정, 우리에게 바라는 단식이요, 우리가 늘 이루어야할 단식의 의미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대답해 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주님께 울부짖을 때마다, “나 여기 있다.” 라는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단식인 것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시인과촌장   가시나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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