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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성인식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권오분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5 조회수949 추천수4 반대(0) 신고

나해 사순 1주일 마르코 1, 12-15- 성인식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서는 아들의 성인식 때, 아버지는 칠흑같이 어둔 밤 밀림 속으로 아들을 데리고 가서 칼 한 자루만을 주고 돌아온다고 합니다.

아들은, 밀림 속에서 어둠의 공포, 맹수들의 울음소리, 주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두려워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하지만, 새벽이 와 주변이 환해지는 시간이 되면, 아들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왜냐하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버지가 완전무장을 하고 자기를 밤새워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놀라운 사건을 알려줍니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곧, 예수님의 광야 생활은 성령의 인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령은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신데, 오늘 예수님의 광야 생활의 유혹과 시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시는 분이시라는 점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부족의 성인식서와 마찬가지로 이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기에 앞서 미리 자신의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성인식을 치루기 위해 홀로 무서움에 떠는 아들을 몰래 옆에서 지켜 주듯이,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홀로 내버려 두신 것이 아닙니다.

들짐승과 함께 지내게 해주시고, 천사들을 시켜 시중들게 함으로써 예수님의 광야 생활 내내 예수님과 함께 하며 예수님을 지켜 주신 것입니다.


신앙인에게 있어 성인식이라면...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은 세례성사 입니다.

세례를 통해 성령을 모시고 성령과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좀더 성숙하고, 풍요로운 모습으로 변화됩니다.


그러나, 세례가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고, 성령을 모시고 살아가게 된다 하더라도, 세례성사는 우리 삶의 어떠한 보호막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만사가 다 잘되어 근심, 걱정이 없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련, 유혹이 없어 다 바라고 원하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례성사를 통해서도 여전히 유혹이 있고, 시련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성인식이라 할 수 있는 세례는 삶은 편하고 쉽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진지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아기, 어린이의 모습에서 성인, 어른의 모습을 지니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오로 사도는 2독서를 통해 분명하게 알려 줍니다.

“세례가 몸의 때를 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세례는 삶을 쉽고 편하게 하는 보호막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활기차고 씩씩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인 것입니다.

유혹, 시련, 아픔이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고백인 것입니다.


실제 아프리카 부족의 성인식에 아버지가 아들을 지켜주듯이,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지만, 늘 함께 하며 지켜주셨듯이, 성령께서는 늘 우리 삶에 함께 하시며, 우리를 지켜주시고 도와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광야는 시련, 유혹을 받으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곳임과 동시에 하느님과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시기, 장소입니다.

그 옛날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듯이, 오늘 우리를 광야에 내보내십니다.

시련, 유혹을 통해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그리고 하느님과 좋고 아름다운 시간,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리 삶 안에 늘 현존하는 광야로 보내십니다. 보내어 그냥 내버려 두시는 것이 아니라, 늘 함께하며 지켜주십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광야생활입니다.

늘, 성령께서 함께 하시어 힘을 주신다는 사실을...늘 지켜 주신다는 분명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광야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사순시기의 모든 일들을 기쁘게 받아들여 부활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힘차고 성실하게 이루어나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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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성가124/은혜로운 회개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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