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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 종 이 배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6 조회수615 추천수9 반대(0) 신고

 

 

 

주님,

종이배를 접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야 움직일 수 있는 돗단배를 접고 있습니다.

 

한 조각의 구름으로

하늘에 있는 한 마른 땅이 절망일 수 없음 처럼..

의로운 사람이 있는 한

두려움에 몸을 떨며 움츠릴 수만은 없겠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쫓아 떠내려가는 배보다

거센 바람에 띄워보는 쪽을 택하여 돛을 접고 있습니다.

 

주님,

당신과 당신이 주신 양심 앞에

진실되이 두 무릎을 꿇고 이 종이배를 띄웁니다.

 

종착이 없는 출발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고난를 지불하고도 좌초될 수 있습니다.

바람소리가

심장 정수리에 회오리친다 해도 파도를 헤쳐야 되겠습니다.

 

요즈음 세상 인심은 서로의 가슴에 흝음질의 연속입니다.

사람들의 비평소리에

치명의 상처를 감싸안고 성당마당을 거닐던 한 여인은

품에 안고 있는 강아지의 순한 눈을 보고 눈물을 짓고 있었습니다.

 

얻어맞고도 침묵을 지키는 그 여인의 떠밀려난 그 상처엔

당신의 치유가 있어 새살이 돋아날 것입니다.

 

주님,

당신 나라로 가는 이정표의 푯말에는

숱한 옷들이 걸려있어서 방향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의 옷을 벗겨서 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한사람 아니면 몇 사람을 가운데 앉혀놓고

겉옷에서 속옷까지

발기발기 찟어 걸어 놓습니다.

 

그들의 눈엔 발가벗겨졌다고 깔깔거리고 있으나

당신의 눈으로 보면  주님,

바로 그들 스스로가 옷을 벗고

알몸뚱이로 히히덕거리는 모습이지 않습니까?

 

이는 광기입니다.

이는 광란입니다.

그들의 삿대질과 고함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면

당신의 신음소리는 허공에만 울릴 것입니다.

 

주님, 상대를 평가하는 척도가 다른 것은

서로 상대방의 척도를 맞추고자 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이를 가르쳐야 할 교회는

한 술 더뜨고 있습니다.

 

모두 겉으로는 장미를 심어 놓고

마음 속으로는 가시만이 자라도록 물을 퍼주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섣불리 용서라는 말을 사용하다가는

돌에 맞을 것 같습니다.

목적 없는 방법들만이 순리를 뒤엎고,

역리의 성취를 얻고자 머리와 입들만 커졌습니다.

 

지표가 흔들리는 것은

근간이 썩었기 때문이거나 ..

워낙 유행병의 세찬 바람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염소의 미련함을 들어봅니다.

염소는 추위에 서로 몸을 기대다가도

상대 염소가 따뜻해질까봐 떨어져서 잠을 자며,

더워서 떨어져 자다가도

상대가 시원해질까봐 붙어서 잔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염소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짐승만도 못합니다.

 

하등 동물일수록 제 동료를 살육하지 않으며

어쩌다 싸움을 하다가도

한쪽이 치명상을 입으면 싸움을 중단한다는데...

 

한낱 짐승도 따르는 이 이치를

사람들은 벗어나고 있습니다.

 

서로 죽이기 위해

치명상을 입은 그 부위를 집중 공격합니다.

저마다의 성취감에서

짐승의 한 면모를 더욱 키워가는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목적과 맹목의,

필연과 우연의 뒤바뀜에서

서로를 원수로 보고 삿대질 하는 이들에게

'용서'를 외칠 정신적 지주가 없습니다.

 

용서란 이론도 아니며,

용서란 이해도 아니고,

용서는 조건이 붙는 것도 아닙니다.

 

나름대로의 이빨을 입술로 가리우고

말로써 포장한 갈고리들이 숱한 가슴을 훑어 내는 것은..

제 십자가를 남에게 지우는 것입니다.

 

주님,  당신의 간섭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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