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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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인고의 깊은 골짜기..........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06 조회수672 추천수6 반대(0) 신고

 

 

 

  주님,

한 사람만을 맞아들일 마음에는 빗장을 걸고

만인을 가슴에 맞아 쓰러지던 길가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수천의 사람들이

사랑의 뿌리..

그 깊은 곳에서 신비롭게 새우잠을 자는데...

어쩌다 그 틈바구니를 헤집어야 하는 주님과 나.

서로의 심혼에서 뽑아낸 사랑.

 

왜 이리 고달픕니까.

왜 이리 행복합니까.

 

하루를 빚어내는 새벽의 진통에 활개를 치며 깨었습니다.

긴긴해의 기쁨은 주님 그대의 것이어야 하고

진땀 자아내는 순간의 아픔은 나의 것이어야 합니다.

 

진실로 영원의 진리 앞에 부복한 심곡(心曲)을 당신께 드릴 때

나의 이 뼈마디들이 춤추며 노래합니다.

 

  님이여

  내 영혼은 당신 숨결에

  잠들고

  사랑의 꿈이 스며든 가슴에

  고동치던 꿈마저 깃을 내려

 

  영원 앞에서

  시간을 잃은

  행복에 잠깁니다.

 

주님,

당신 때문에 쌓아 올렸던 사랑이 파편되어 부서져 버릴 때

나는 나 자신을 흩뿌려 버려야 했습니다.

 

추레하게 남은 나의 낙서 조각마저 날려 보낼 때는

갑자기 텅 빈 하늘가로 걷고 싶었습니다.

 

슬플 여유도 없이 지쳐버릴 때,

가고 싶은 곳,

보고싶은 사람,

그러나 주님,

이때만은 당신이 내 안에 계시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수천 년을 빚어 내린 사랑의 이야기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잠을 깨면

나의 이 몸무게가 너무 주체스럽습니다.

 

비극의 흔적만을 찾아 헤매다가

긴 기다림을 거역하고 돌아서면

체념한 웃음끝에 눈물이 매달립니다.

 

정말입니다.

백지의 모퉁이라도 기어다니며  주님,

당신께 행복이란 것을 그려 달래고 싶습니다.

 

주님,

당신을 위한 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물도록 쉼 없는 날개를

당신만은 접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님,

살을 베어 피를 뿌리던 사랑은 영영 신비에 머물고

당신을 따르던 조상의 얼은

먼지 쌓인 고서(古書)에서 나올 줄을 모릅니다.

 

멋을 창조하기 위해 당신을 변형시킨 무리도,

자유를 위해 당신을 가둔 무리도,

의자에 앉기 위해 당신을 일으켜 세운 무리도,

금전을 모으기 위해 당신을 팔아버린 무리도

모두 깔깔 웃고 다닙니다.

 

이들의 매몰스런 눈살에 나의 가슴은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나에게 조소를 보내신다면

냉담자의 가슴을 닮을 수 있습니다.

 

주님,

잡초 무성한 간이역이라도  낡은 의자 한 개만 있다면

당신과 같이 앉아 새벽의 너울을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내 몸과 마음을 걸고

공중에 숱한 글을 써서

초라하고 가난한 품꾼이고 싶습니다.

 

지난 30여 년을 팔아서 내일 하루를 산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나의 것으로 할 수 있으리라 믿어주십시오.

 

언제까지나 피워 올린 소망 속에

당신 모습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면서도 외로워집니다.

 

  주님,

  발등이 부어 올라도

  나의 염원은

  맨발로 당신께 가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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