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제의 일기]* 침묵의 소리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0 조회수81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어린이 놀이터가 비어 있어서 그네를 탔다.

 

닿을 것만 같은 하느님 나라의 한 모퉁이에 매달리고 싶어서

온몸으로 굴렀다.

무수한 표정들이 다가왔다가 멀어지는데..

 

유독 멀어지지 않는 한 집이

빙글빙글 돌며 다가와서 눈을 감아버렸다.

 

오늘 젊디 젊은 부인을 땅에 묻고 돌아왔다.

스물여섯 해의 삶을 소지 올리듯

주님께 봉헌하기 위해 준비하던 그 집은

초상집답지않게 썰렁하다.

 

백일 남짓된 아기는 누구의 품에 안겨 있을까?

사랑하는 아내의 떠남도 모르고

교도소에서 출감 날짜를 기다리는 남편은

몇 날을 꼽고 있을까?

 

그 여인은 살아나기 위해 하느님을 찾았다.

간암이라했다.

의학으로 불가능 하다면

하느님이 가능하게 하시리라는 기대 속에서

하느님을 믿었다.

 

하느님의 침묵이 계속되자..

 

삭정이 같은 손을 합장하며

아기를 위한 엄마의 십자가를 누구에게 지울 수 없다며..

남편이 출감하면 누가 반겨주겠느냐며..

이 이유만으로라도

충분히 살려주실 이유가 된다고 빌었다.

 

그러나 침묵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침묵의 소리를 듣고

하느님께 삶을 소지 올리기 위해 불을 붙였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하느님 나라에서는 둘이 아닐 수 있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은 후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한 점의 회한도 분노도 없는 순백의 영혼엔

기쁨이 흐르고 있었다.

여위고 긴 목을 젖히고

"모든 분께 감사하다" 고 했다.

 

어떤 통곡보다도 더 크게 절규하는 소리로

미소를 만들며 눈을 감았다.

 

삶과 죽음의 선상에선

그 동안의 삶들이

환시와 환청이었음을 깨달아서일까?

 

한 번 더 그네를 굴렀다.

분노와 슬픔의 호흡들이

가까워졌다가.. 또 멀어진다.

 

어느 곳엔들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곳이 있을까?

하느님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면 들을 수 있으련만..

귀와 눈의 방향을 고정시키고

자신의 몸짓으로만 외치는 소리들이

다가서고는 멀어져 간다.

 

그 여인은

모든 한을 용해시키고

평화와 광명의 나라에 서서..

 

한을 돋구며 사는 우리들을 어떤 모습으로 지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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