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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 병상에서 .................... 이 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1 조회수848 추천수8 반대(0) 신고

                                             * 정정애님의 글에서 빌려온 사진입니다.

 

  주님,

"덕으로 투병하라" 는 어떤 분의 말을 듣고

막다른 삶의 골목에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하여

커튼을 제쳤습니다.

 

모든 것이 신비로운 자태로 다가와

억지로 외면하며

무궁의 신비를 침묵으로 담고 있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거기엔 내 최선의 사랑을 걸었던 님이 보일 것 같고

새 생명을 찬미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어설픈 삶이었고

추스려 내려앉은 삶을 가꾸기엔 벅찼습니다.

 

기실 모두를 위한 산 제물이 되고자

마음 가득히 담아 놓은 주님께 향한 사랑은

늘 나의 굴레였고..

사제로서 이 굴레를 쓰고

한 인간으로서

이 굴레에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한 인간인 '나'와 사제로서의 '나'와의 싸움에서

결국 하나의 '나'는 패배를 맛보며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인 '나'가 패배할 때면

가슴 깊숙이 숨겨진 사랑의 어둔 발길을 밝히기 위해

내 가슴을 태울 심지를 마음 한구석에 심으며

또 새로운 사제로 우뚝 섰었습니다.

 

주님,

이제는 어렵게 퍼내리던 사랑이란 말은

침묵에 묻겠습니다.

 

그저 한 낮에 가쁜 호흡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심에

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

결실 없는 새 삶의 흐름을 지워내시라면

그 부르심에 응답의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삶의 종지부를 찍을때까지

사제로서

비척이지 않게

도우소서!

 

                                                        *** 정정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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