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서러워 울면서도 원수를 위해 기도했더니
작성자김선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1 조회수689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 예수님!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오 복음 5 44

 

9년 전 이름 모를 열병으로 의식 불명 상태에 있던 딸이 깨어 나면서 딸애는 뇌신경 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 하여 말도 못하고 사지를 쓰지 못 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세 두뇌, 대뇌, 중뇌, 소뇌는 타격을 입지 않아 이해와 의사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음식도 잘게 썰은 음식을 천천히 먹여 주어야 하며 가래가 자주 생기는데 가래를 뱉어 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수시로 딸애를 업어서 머리를 땅에 닿게 기우면 가래가 잘 빠지곤 한다.

 

의학 교과서에 있는대로 하라면 딸애는 유동식을 튜브로 주입해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할 것이고 목 구멍에다가 구멍을 뚫어 수시로 가래를 빼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의 몸은 신비스러워서 쥬스로 시작하는 입에 음식물을 넣는 훈련을 거듭하다가 언니에게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언니 얼굴에 쥬스물을 끼얹는 게 계기가 되어 입으로 음식물을 먹기 시작한 것이 벌써 8년이나 되고 있다.

 

가래빼는 것 역시 돌보는 사람에게는 좀 육체적인 피곤을 가져 오지만 기계로 빼지 않고 엎어져서 빼니 딸애는 목구멍에 상처 없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래가 생기면 도우미는 내게 전화를 해서 나의 도움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가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주민이 밀집하기 시작해서 부득히 고등학교를 새로 세우는 바람에 2년 전에 새 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따라서 학교 간호사가 새로 부임해 왔는데 첫 해에는 딸 애의 먹는 것을 트집 잡아 Swallowing Test를 새로 하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 학교의 guideline 를 정했다.(다행히 이 떄에는 의사가 내가 돌본 9년 동안의 노하우로 폐렴없이 건강하게 지낸 점을 근거로 내가 하던 방식대로 음식을 주는데 동의했다)

 

올해는 다시 가래가 생길 때의 학교의 guideline을 의사한테 요구했는데 새로 바뀐 의사가 가래가 생겼을 때의 산소량을 측정하라는 요구가 내려졌고 그에 따라 93%이하로 내려 가면 Emergency Squad를 부르도록 구두 처방이 내려졌다.

 

따라서 딸애는 좋아하는 학교 생활이 엄마의 즉각적인 대응 방안은 무시되고 대신에 Emergency Squad 의 잦은 등장으로 방해를 받게 되었다. 딸애는 폐 깊숙히 생기는 가래가 아니라 잘 삼키지 못해서 목구멍 주위에 생기는 것으로 내가 한 번 업어서 빼주면 기도가 깨끗해져서 산소량은 금새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의사와 간호사의 의무와 자격증 보존이라는 전제 아래에 이름하여 학생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실제로는 학생이 즐겁고 안전하게 해 온 7년간의 학교 생활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딸애의 장애로 직장 생활도 안하고 집이나 성당, 수영장도 학교와 10분 거리에서 수시 대기조로 생활하고 있는 나에게 딸애의 일년 남짓 한 고등학교 생활을 남겨 놓고 공격이 시작되었다.

 

문제를 안 삼고 부모의 9년의 노하우를 신뢰하고 하던대로 했으면 좋을 일을 자격증을 박탈당할까봐 노심초사 살아온 간호사의 공격으로 우리 가족은 다시 한번 장애를 가진 억울한 서러움과 슬픔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했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시는데 그들이 너무 괴씸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받기를 기대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분부였다.

 

매일 미사에 가서 십자가만 보아도 울음이 가슴을 메이게 했고 장애로 힘들게 운동하고 공부하기를 즐기는 딸애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런 쓰레기같은 인간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자신에게 그들의 입장이 수백번 되어 보자고 세뇌시키면서 그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를 매일 드렸다.

 

분노가 담담함으로 바꾸면서 아팠던 몸도 추스려지고 그들이 측은해지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하느님께서 자비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랑하게 되질 않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엔 섭섭함과 원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아직 해결되어야 할 일이 산재해 있지만 늘 좋은 것만 주시려는 하느님께서 지나온 세월에서 처럼 우리 딸애와 남편, 나를 위해서 또 애쓰시고 계신다는 믿음이 나를 웃게 만든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