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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 땅 끝까지 밟아주시옵소서..."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3 조회수78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얼마전에 저희 본당에서 전신자 피정이 있었는데요,

그때 선교사님께서는 본당마다 '빌라도 같은 신자'가,

꼬옥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바로, 자신의 일을 남이나 그 무엇에게 떠넘기고,

뒷찜지고 앉아서, 이러쿵 저러쿵 타박만 하는 사람을 두고,

빌라도 같은 신자라는 말로 표현하신 것 이지요.

 

가슴 한구석이, 콕!콕! 찔리는 것이, 아주 죄스러웠습니다.

때로는 가족에게, 때로는 이웃에게, 때로는 세상에게,

또 때로는 우리 주님께 저는 빌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내 입맛에 달달하고 맛있는 것에는 침을 흘리고, 킁킁 대면서도,

조금만 쓴잔이 내 앞에 놓이면,

눈을 감고 말아버렸던 나의 삶이,

바로 빌라도의 마음을 닮았더군요...

 

항상 내 잣대로 이웃과 세상을 제고 판단 했습니다.

내 잣대라 바야, 짧고 짧은 30cm 자 정도 일까요...

그 짧은 자를 들고 다니면서,

마치 그 자가 세상을 재는 가장 올바른 척도라는 교만 속에서,

이리저리 재보고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니,

주님 뵙기 부끄러워서, 숨고만 싶어지네요...

 

요즘, 주님의 기도 중에,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라는 부분을 깊이 묵상해 보았습니다.

 

언젠가, 신부님의 강론글에서 배운적이 있던 부분인데요,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 만큼,

땅에서는 이루시기가 힘들어,

이런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바로, 우리를 통해, 우리의 모든 지체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받아들여,

마침내 하느님의 뜻이, 우리의 모든 것을 통해,

그대로 이루어 지시길 기도드리는 것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골룸바는 감히 주님의 기도끝에 한줄을 더 삽입해 보았습니다.

"당신 종을 저 하늘만큼 높이 들어 써 주소서.

 당신 종을 저 땅끝까지 밟아 써 주소서..."

 

바로, 내 자신의 교만과, 무지함, 욕망과 고집 그리고 내 모든 자아를,

땅끝까지 밟아 주시어, 하느님 계신 저 하늘만큼 높이,

들어 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잊지 않고 말씀드립니다.

 

빌라도같은 내 근성과, 교만함,

그리고 내 짧은 잣대를 부러뜨려 버려 주실 분은,

바로 나의 하느님, 이 골룸바의 하느님 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말동안 주님께서는 제게 불을 보여 주십니다.

주일미사에 가려고, 눈을 떳는데,

나를 기다리고 계실 주님이 눈에 선~ 했습니다.

마음이 다급해져서, 비록 누워있던 순간이었지만,

성당의 제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이 보였고, 감실이 보였습니다.

내 마음의 눈은 바로 감실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감실이 붉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 불이 타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감실안의 성체가 보였는데, 그 주변이 온통 불바다 였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성체는 백옥같이 하얀모습 그대로 였어요.

 

같은 날, 마음으로 땅을 바라보며 십자가를 그렸습니다.

이 땅에 무고한 생명의 피를 흘리지 않게 해달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내가 그린 십자가에 활활 불이 타올랐습니다...

 

나의 교만과, 내 모든 자아를 아낌없이 던져 버려야 할 곳,

바로 그 불타오르는 십자가 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모든것을, 바로 그 십자가에 아낌없이 던져 버리셨던 것처럼,

그 길을 서슴없이 따라야 하지만...

그것이 어찌나 어려운 일 인가요...

 

던저버리라고 타오르는 십자가를 보여주셔도,

쉽게 던져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

바로 빌라도 같은 내 마음이 아닐까 한탄해 봅니다.

던져버린다 던져도,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다시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영원한 내 안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기도가 있지요...

기도를 통해 주님과 대화하며,

기도를 통해 그 십자가를 자주 보여달라 말씀드려야 겠습니다.

자꾸자꾸 보다보면, 지금은 한줌만큼밖에 던져버리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내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 모두, 마음으로,

활활 타오르는 십자가를 떠올려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불길은, 우리들의 못난 자아와, 교만과 무지함등을,

형태도 알아 볼 수 없게 태워버릴 불길 입니다.

그 불길은,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우리들의 모든 지체를 통해,

낱낱이 그대로 이루어 지시게 할 불길 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저 버리신 그 불타오르는 십자가를 생각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루카 6:36~38)

 

수도 없이 남을 심판하고, 단죄하며 살아가는 제게,

무서운 경고의 말씀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사랑이신 나의 하느님께서는, 마지막을 용서로 장식해 주셨습니다. ^@^

내 굳어진 마음을 풀어서, 용서하면 내 죄도 용서를 해주시겠다 하시는 것 같애요.

 

아주, 중요하고도 귀한 열쇠를 손에 쥔 기분이 듭니다 ^@^

그래요, 누구에게나 결코 풀어버리지 못할 마음이 있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결코 용서가 안되는 이들이 있는 것이고,

또 누구에게나 결코 용납이 안되는 일들이 있을 것 입니다.

 

어서어서, 불타는 십자가를 향해 던저 버리고,

저 불 넘어로 빼꼼~ 보이시는 우리 주님을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순간은 바로,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골룸바를 통해 그대로 이루어 지시는 때 일것입니다 ^@@^

 

제게는 매 순간이 유혹이고, 살얼음판 입니다.

시시각각 나를 잡아당기는 유혹을 넘고 넘어, 오늘하루도 저물어 가네요...

이제 퇴근길에 맑을 하늘을 바라보며,

주님을 만나뵐 시간이 다가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던저 버리지 못했지만,

내일은 하나라도 던저 버릴 수 있기를...

나약한 골룸바는 그저 주님게 자문을 구해 봅니다 ^@^

아버지를 위해 불타오르는 십자가에 당신의 모든것을 던져 버리신,

최초의 경험자 우리주님으로 말이죠 ^@@^

 

저 땅 끝까지 밟아주시옵소서...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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