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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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가을과 강론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4 조회수747 추천수8 반대(0) 신고

 

 

 

  다시 지병인 가을 계절병을 앓고 있었다.

 

저녁 미사후,

산뜻한 공기를 즐기며..

벅찬 사랑에 관해서,

까닭 모를 슬픔과 아픈 이별들을 생각하면서..

성당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떤 인기척이 있어 살펴보니

성모상 옆에서 한 청년이 울고 있었다.

 

그냥 지켜보기가 안타까워 그의 곁으로 가서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했더니

사랑하는 연인이 떠났다는 것이다.

 

상처입은 그의 가슴에

위안이 되어줄 손길이 나임을 생각하고

사랑으로 여위어가는 가슴에

'떠남'이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숱한 얘기를 했다.

진실한 사랑이며..

이별의 의미며.. 등등...

 

그리고 비척이며 돌아서는 그의 발길을 지켜보며

마음 밑바닥에

방황하고 싶은 동요가 일고 있음을 느껴야 했다.

 

내일,

주일 강론은

가을과 이별에 대해서 하리라.. 생각하고

이미 준비해 놓은 강론을 제쳐놓았다.

 

무궁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하느님의 사랑과..

알지 못하는 슬픔과..

아픈 이별의 언어.. 를 이어가며

멋진 강론을 썼다.

 

주일날,

허물어지듯 채워지는 가을 얘기가

내 눈과..

입과..

손을 통해 퍼져나갔다.

 

즉, 가을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비워야 한다는 것,

그것도

하늘과 땅을 가득 메우기 위해

드넓게 비워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이별은 더 반가운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새로운 잎이 움트기 위해 조락(凋落)(시들어 떨어지는)속에

숨은 아픈 의미를 사랑하자고....

 

확신에 찬 이 강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신자들을 살폈다.

 

세상에!.........

 

할머니도 아닌..

예쁜 아가씨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아가씨를 왜 쳐다보았는지..

내 자신이 미웠지만

 

"저 아가씨에게만은 가을이 오지 말게 하소서" 라고

기도하며....

나를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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