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당신께서 죄를 물으시기 전에 엎드리나이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4 조회수675 추천수8 반대(0) 신고

제작년 제가 한국에 방문하였을 때의 일입니다.

아침일찍 동네 주유소 앞을 지나가는데,

다리를 절뚝대는 강아지 한마리가, 저를 따라오지 뭐예요...

측은한 마음에 가던 길을 멈춰서고,

이리오라며 손짓해 주었습니다.

낯설은 사람에게도 망설임 없이 안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욱 서글퍼졌습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강아지의 주인은 보이지 않아서,

어찌하면 좋을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주유소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가 나오셨어요.

오늘 새벽녘에 한 승용차가 멈춰 서더니,

이 강아지를 던져놓고 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더러 데려가 키우라고 하시더군요.

 

집떠난지 몇시간 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가,

몇달은 굶고, 밖에서 고생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저만 따라다니는 모습에,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더군요...

 

뉴질랜드집에서 제가 오기를 목빼고 기다리고 있을,

우리 고양이들을 생각이 나고,

도저히 그냥 버려두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마땅한 거처도 없는 제가, 덜컥 데려다만 놓고,

해 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일단, 근처 파출소를 찾았습니다.

강아지는 여전히 아픈다리 절뚝대며,

저를 놓칠새라 부지런히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파출소에서 동사무소로, 동사무소에서는 동물보호소로...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고있기는,

강아지도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멍~ 하니, 함께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배가고파 보여서, 빵을 사다 조금식 떼어 주어도 먹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동물보호소에서 봉고차 한대가 오더니,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닭장같은 철장안에 수많은 강아지들이 짖어댔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있던 그 강아지도, 결국은...

그 속으로 던져졌습니다 ㅠㅠ

 

저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어떻게든, 내가 데리고 있어볼 것을...

어떻게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줄 것을...

어떻게든, 주님의 방법을 택할 것을.......

 

어제, 오늘 한국 뉴스를 읽다가,

'개지옥' 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개고기를 파는, 한 개농장의 무자비한 동물학대를 고발한 것인데,

두눈을 뜨고, 사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잔혹해 질 수 있을까......

아침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이 마당에,

사람이 먼저이지, 동물이 먼저 이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요, 구지 우선권을 따져보자면,

사람이 먼저임은 마땅합니다.

 

하지만, 다친 강아지를 주유소 앞에 버려놓고 가는,

무책임한 우리들의 모습을 주님께서 원하실까요...

무엇이든 먹어도 좋다고 했기로소니,

무자비하게 살생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주님께서 원하실까요...

 

언젠가 오래전에, 미사중에 우리 고양이들을 위해 기도드렸던 적이 있어요.

저희 엄마는 고양이 기도할 시간에,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제게 늘~ 말씀하시지만...

마음에 없는 기도 열번 하는 것 보다,

진심으로 하는 기도 한번 하는 것이 더욱 소중함을 제가 알기에,

골룸바는, 늘 마음 가는 대로 기도를 하곤 합니다.

내 마음이 바로 주님의 뜻에따라 움직이기를 바라고 기도드렸기에,

내 마음가는 곳이, 바로 주님께서 기다리시는 기도라고 믿기때문입니다 ^@^

 

그날도,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고양이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어요.

"아주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시는 우리주님!

 비록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생명이지만,

 아버지의 작품이시고,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당신께서 제게 보살피라, 이렇게 허락하셨고,

 또 제게 당신과 같은 마음을 심어 주시어,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 품게 하셨으니,

 항상 보살펴 주세요!"

 

이렇게 기도드리고 나니, 내 앞자리에 앉아계신,

우리 고양이들 주치의 수의사선생님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보며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당신의 작은 생명들 까지도,

 저사람의 손으로 구해내시니,

 저 손을 축복하시어, 당신의 일을 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그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

골룸바를 수호해 주시는 천사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는 제 품에 안겨있는 우리 고양이를 보시고도 말씀하셨어요.

이 작은 생명을 지키는 천사도 이미 함께 있다고 말예요 ^@^

 

그날 이후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더 우리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우리 주님이,

우리 고양이가 아플때, 나보다 더 걱정하시고,

또 우리 고양이가 예쁜짓 할때, 나보다 더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는 구나...

나는, 우리 고양이를 위해, 밥을 먹이고, 쓰다듬어 주지만,

우리 주님은, 친히 천사를 내려보내시어 보호해 주시는구나... ^@@^

 

뭐, 저희 고양이만 유난히 예뻐 하실리 있으시겠어요~

세상의 모든 생명을 다 소중히 여기시는 우리 하느님 이시지요 ^@^

하느님의 마음을 다 알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들의 하느님은 우리들의 사랑을 바라고 계시고,

그 사랑이, 가장 보잘것 없는 곳에서 먼저 시작 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마태오 23:1~12)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조금 빗나간 이야기를 제가 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작은 생명을 하찬게 여기는 이들은,

자신보다 낮고, 힘없는 이웃에게도 함부로 대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나보다 힘이 없는 이들에게, 힘을 행사하고,

나보다 힘있는 이들을 섬길테니까요...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주님께서는 자신을 낮추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생각과는 완전 반대의 길을 가라고 주문 하시는 것 같습니다.

높아지려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입니까...

남의 밑에서 힘들게 살지 않고,

섬김밭고, 남을 부리며 살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까...

그런 우리들에게, 낮아지라니요~~~ >.<

 

하지만,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낮추는 세상을 한번 생각해봅니다.

눈꼴시고, 억울한일이 판치는 이 세상이,

오해도, 억울함도 없는 의롭고 행복한 세상으로 다가옵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때에,

자식된 우리들에게 바라고 품으셨던, 최소한의 바램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보다 힘센자 앞에서 굽신대고,

나보다 나약한 생명앞에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못난 나의 근성과 자아를, 주님의 불타는 십자가 앞에 서슴없이 내던지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슬~슬~ 겨울이 다가옵니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의 소리는 어느덧 들리지 않고,

비실비실 힘없는 모기들이,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내 비치면,

사람들은 모두 그곳으로 모여 옹기종기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그들도 보고 있을까요...

빛나는 햇살과 바람을 타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천상은총의 가루들을요... ^@^

 

당신의 발판에 무고한 피를 흘리지 마시옵소서...

당신의 숨결이 서린, 세상의 모든 생명을 돌아보소서...

당신께서 죄를 물으시기 전에,

당신앞에 엎드리나이다...

 

사랑합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