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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할머니는 계속 웃고, 한 부부는 계속 울었습니다.....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6 조회수913 추천수9 반대(0) 신고

 

 

  주님,

당신께 향하는 믿음의 줄기를 잡고 버둥대다 보면,

당신도 알아듣기 어려운...

당신에 대한 이론이

당신을 갉아 놓곤 합니다.

 

허식도 미화도 미칠 수 없던 먼 곳에

진실의 끈이 늘어져 있고

그곳이 바로 내 눈앞임을 깨닫고 싶습니다.

 

주님,

그분들이 깨어지지 않는 믿음을 빚어내도록

당신께 간절한 발원을 하던 날을 더듬고 있습니다.

 

세례성사를 위한 면담 때문에

칠순의 앞 못 보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께 한 교사가 일 년간 교리 준비를 시켰습니다.

 

그 할머니는 늘 웃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텅 비어 있는 듯..

허탈한 웃음을 끊임없이 웃고 있었습니다.

 

성호경을 마치고

주의 기도를 외워 보라고 했습니다.

 

당신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이기도 했고

일 년 동안 입으로 가르쳐주었다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탄생에 앞서

당신의 뜻을 오붓하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는 절차였습니다.

 

"나 그런 것 모르는디유" 하고는

또 그 특유의 웃음을 웃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믿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으로 그 웃음이 끊어졌습니다.

 

공허한 그 웃음을 삼켰기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더니

"하느님 계시지요. 나 죽으면 하느님께 가지요."

 

그것은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그분은 이 고백으로

이 땅에서 거칠게 쉬던 숨결이

당신의 숨결과 온전히 합치될 것이고,

 

안으로만 솟구치던 호흡이

한 절규처럼 떠밀려나와

당신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며...

감긴 눈을..

편히 감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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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사랑보다 운명의 만남이거니 하며 만나서

한 웅큼씩 사랑을 낚시질 하던

농아 부부의 차례였습니다.

 

손으로의 합창으로 주의 기도를 올리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이 셋이면서 하나라는 것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왜 세례성사를 원하느냐니까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영혼이 청정한 기운으로 감돌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공허에서..  지금 충만되기까지

숱한 넘어짐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눈이 감긴 이에게는 당신의 미소가 보이고..

귀가 들리지 않는 이에게는  당신의 음성이 들리는...

이 행복의 극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세례식 때,

그 할머니는 계속 웃고 있었고

그 부부는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공허의 웃음도 아니고

슬픔의 울음도 아니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주님,

당신께 향한 진정한 믿음은 무엇입니까?

 

한 많은 인생을 마무리 한 후

당신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들의 믿음은

유치한 믿음입니까?

 

이들은 이제

자신의 의지로는 다스리기 어려웠던 감정을 절제할 것이고

감당할 수 없는 갈증을 당신의 눈물로 축여

절로 당신의 사랑에 젖어들 것입니다.

 

주님,

당신은 이들의 희노애락과 함게 계셨고

앞으로도 결코 저버림이 없으실 것입니다.

 

이런 당신이 미더워서

이들의 삶을

당신의 색깔로 칠했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이들도

가끔은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고운 색깔이 얼룩져

당신을 향한 애틋한 생애의 진실은 숨겨지겠지만

당신이 찾아주셔야 합니다!

 

주님,

이들의 삶을 가늠할 척도가 당신 가슴에 있고

이들도 당신의 척도를

자신들의 가슴에 새겨 갈 것이기에...

 

당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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