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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밤새 콩을, 반씩 짤라 놓아야 겠습니다."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6 조회수632 추천수11 반대(0) 신고

요즘 슬슬~ 다시 돚기시작하는 제 지병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너무 좋아하는 취미생활인,

인테리어와 홈패션 입니다 ^@@^ 호호호~

뭐에 하나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는 지경에 이르르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하고, 절재하리라 마음을 먹고 또 먹었건만...

오늘 아침에도, 틈틈히 들여다 본 인테리어 싸이트만 몇개인지 모릅니다 >.<

 

작년 겨울에 신랑이 사준 미니미싱이 있어요~

얼마나 귀엽게 생겼느냐면요,

사람들이 다리미냐고 물어보기도 할만큼,

작고 귀여운 미싱이지요 ^@^

미싱을 친구삼아, 밤새는줄 모르고,

드르륵~ 드르륵~ 박아대며, 어찌나 열심히 만들어 댔던지,

친구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장이 나버렸지 뭐예요~

밤새 쉬지 않고, 돌려대니 고장이 날수 밖에...

다들 그랬지만, 저는 잠시도 쉴 수 없었기에,

미싱과, 계런티증을 들고 신랑을 들들 볶아,

샀던 곳으로 달려가, 당장 새미싱으로 교환해 오기도 했었어요~ ㅋㅋㅋ ^@@^

 

커텐이며, 베게커버며, 의자 커버까지...

온 집안의 커버란 커버는 다 만들어 냈고,

어설픈 솜씨로, 엄마 앞치마도 만들어 드리고요 ^@@^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다음날 출근해서는 거의 파죽음이 된답니다~ >.<

 

홈패션에 빠지게 되니,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빠지게 되더군요~

느닷없이, 목수가 너무 되고싶은 충동이 들어서,

다시 공부하러 학교로 돌아 가고픈 생각에 밤잠을 설친적도 있었어요 ^@@^ 

 

뭐 취미생활인데 어떠하겠느냐 싶기도 하지만,

그 좋아하던 골룸바의 취미생활을, 단칼에 짤라 끈어버렸던 이유는...

역시나 우리 하느님 때문입니다 ^@@^

 

제 자신을 절재하지 못할때,

늘 저를 절재해 주시는 나의 하느님께서는,

슬슬 제 관심을 당신께로 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내가 해야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집 꾸미는 일에, 뭐 만드는 일에 내 열정과 시간과 노력을,

있는대로 다 쏟아 부었던 지난날이, 참으로 부끄럽지 뭐예요...

 

제가 지혜롭다거나, 슬기롭다거나 해서,

제 자신을 그렇게 돌이켰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마치 구정물에 발을 담그고도 아무렇지 않게 물장구 치는 저를,

번쩍 들어 맑은 물로 옮겨 씻겨주시며,

조금전까지 내 발을 담그고 있던 그 구정물을 떠서 보여주시듯,

제 자신을 돌이켜 볼수 있게 해 주셨답니다.

 

언젠가 한 자매님께서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를,

끈어버리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눈을 뜨면 골프장으로 직행해서,

해가 떨어질때 까지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을만큼,

좋아하던 골프를 끈어버리기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저와 같은 이유에서 였다고 합니다.

 

그래요, 저는 그 자매님의 마음을 조금은 함께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게 해주시는, 주님 앞에서 고개 빳빳이 들고,

"제 취미생활 인데요? 뭐가 어때서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입니다.

 

사탄은 참으로 교활해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시작하는 우리들의 삶까지도,

조금씩 조금씩 악으로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끝까지 그사랑을 간직하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요...

 

완전하지 못하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우리들이기에,

늘 모든 촉각을 주님께 곤두세우고,

깨어있어야 함이, 마땅한 것 이겠지요. ^@^

 

계절이 바뀌고 있어서 그런지,

골룸바 눈에 자꾸만 커텐이 보기 싫어 집니다. >.<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부질없는 집꾸미기 욕심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만을 위한 만족감이나,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해, 내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사랑의 실천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어쩌면 주님께서 그토록 갈망하시는 일은,

크고 어려운 일들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버려야 할 것을,

조금씩, 하나씩 버려나가는 생활속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제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당장, 아프리카로 날아가서,

 굶주리고 병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서 먹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바로,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일까?...'

 

정답은 바로,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 이었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순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아프리카가 아니었고,

적어도 지금 이순간, 내가 해야할 일은 그들을 위해 밥을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얻은 깨달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이자리에 감사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며,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곁에 계시는,

내 하느님의 숨결따라, 나도 함께 숨 쉬는 것... 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크고 위대하신 분이 아니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또 아나요...

내가 죽어, 나를 마중나오신 하느님께서,

작고 외소한 체구의, 소박한 농부같은 모습이실지요... ^@@^

그래서 그토록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병들고, 고통스러웠던 이들을,

당신의 왕국에서만은 잊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지도 모르잖아요 ^@@^

 

오늘 주님께서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루카 16:19~31)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고통을 받는 다는 것을 보니,

아마도 부자는 지옥 아니면, 연옥에 있는가 봅니다.

그런데, 그런 부자의 집 앞에서 구걸을 하던 거지 라자로는,

당당하게도 아브라함 할아버지 곁에서,

행복과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으니,

부자가 보기에 얼마나 부러웠겠어요~ >.<

 

그런데, 제가 보기에 부자는 손가락질 받을만큼 죄인은 아니었던 듯 싶네요~

왜냐하면, 적어도 그는 고통중에서도 가족을 잊지 않는,

사랑을 가진 사람이니까요...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흠... 이렇게 형제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부자가,

어찌하여 불길속의 고통을 받고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부자는 '개미' 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냉혹하게도, 가만히 앉아있다고 부자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뛰어야지요...

바로 개미들이 그러합니다.

무엇을 위해서 인지, 오로지 한평생 일만 합니다.

그리고 식량을 끝도없이 비축해 나갑니다.

 

이렇게 개미처럼 일만 해대는 사람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뭣좀 같이 해보려 해도, 그들의 삶에는 빈틈이라고는 없습니다.

오로지 그들에게는 일과 가족뿐입니다.

다른 이웃들은 돌볼 겨를도 없습니다.

한평생 쉬지 않고 앞만보고 갑니다.

주일에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일터로 나갑니다.

 

어쩌다 도움을 줘야할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져도,

'내 코가 석자구만...' 하며, 돌아서기 바쁩니다.

내 가족 챙기기에만 급급해서,

부지런히 이웃을 돌보는 사람들은, 그저 오지랍 넓어 보일 뿐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가 그런 사람이었나 봅니다.

부지런히 일해서, 누구보다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그는 분명, 자신을 위해서만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만 살았을 것 입니다.

가족들에게는, 형제들에게는 무엇이든 해 아낌없이 베풀었을 테지만,

정작, 자신의 집앞에서 구걸하는 라자로에게는,

따뜻한 눈길한번 보낸적이 없었을 것 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바라시는 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크고 위대하지 않답니다.

어쩌면 소박한 우리들의 하느님께서는,

옛말대로, 콩한쪽도 나누어 먹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시고,

오늘 이 소중한 말씀을 나누어 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렇게 해야할 일이 넘처나는대요,

어찌 다시 밤새 미싱을 돌리겠습니까~ 호호호~ ^@@^

밤새도록, 내가 가진 콩을 다 끄집어내서,

반씩 짤라 놓아야 겠습니다... ^@@^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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