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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일기]* 불의 유혹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7 조회수718 추천수8 반대(0) 신고

 

 

  그 분은

한 몸의 거처도 마련하기 어려운 살림에서

사십여 년간 막노동을 하여

담도, 대문도 없지만

방 두칸을 마련하였다.

 

회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앞으로도 그동안의 삶의 여운으로

남은 여생을 다스리리라 결심하며 성실히 살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신들린 사람처럼

불을 질러대는 것이다.

 

체념 속에 숨어 있던 분노가

다스리고 있던 가슴에서 빠져나왔다.

집에 있는 가재도구를

두어 평 남짓한 마당에 끌어내어 불을 지르곤 하였다.

 

그리고 하늘의 푸르름에 비웃는 듯

한껏 웃어 제치고는

그 후련함에 춤을 추는 것이었다.

 

산 일번지는 소방 도로도 없다.

불이 나면 삽시간에 불바다가 될텐데

 

자꾸만 자기 집 마당과

남의 집 모퉁이에 불을 질러대니

보초를 서던 동네 사람들이

이 신부를 불러 해결하라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타다 남은 불길 위에 쥐포 몇마리를 구워먹으며

"기도원에 보내야 되여"

"아녀,  순덕이네 굿 한 번이면 딱 소리 날껀디" 하며

신부의 무능함을 책하고 있었다.

 

마음을 진정시켜놓고 얘기를 시켰다.

그분은

날강도에게 삼만 원을 강탈당했다고 했다.

 

망령이 났는지..

하루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성탄 때

교회나 성당에서 번쩍거리는

그 번쩍불 이 있는 술집에 들어가

 

생전 마시지 않았던 맥주와 안주를 시키고

아가씨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는데.......

삼만 원을 빼았겼다는 것이다.

 

뙤약 볕에서 며칠의 품 값을

몇 분만에 날려보내고

정신 착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젠 기운이 달린다더니

삼만 원의 유감이 가슴에 맺혀와

그를 풀기 위해 불을 질러댄 모양이다.

 

그분은

자기 소리와 몸짓에 취해 웃다가 울곤했다.

절규와 발광의 차원을 벗어난

그 어떤 정한(情恨)의 몸부림이었다.

 

자꾸 울고 웃어 목이 쉰 그분을 눕히고

거친 시멘트 바닥같은 그 손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분은 잠결에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도둑년놈들.... "

이란 말을 반복했다.

 

삶이 지쳐서가 아니다.

내내 잘 버티던...

그 술집 앞을 지나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화풀이였다.

 

인간 욕구의 속절없음을 알고 웃어 제치고...

안으로는

성실했던 가슴을

한 조각씩 뜯어내며...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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