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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이가 함께 다 잘 살기를 원하시는 하느님
작성자김선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8 조회수871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 예수님!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군요.’-루카 복음 15 29

 

나의 언니는 그림을 그린다. 오랫동안 곁에서 그림그리는 걸 지켜보면 혼신을 다하여 정성을 기울여 작품하나 하나를 완성한다. 혹여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나온다 해서 소홀히 하지 않고 이사를 할 때에도 저장하기도 큰 부피에 옮기기가 만만치 않은 무거운 작품들을 꼭 간직하고 다닌다.

 

하느님께서도 손수 창조하신 인간들이 죄의 구렁에 빠져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신가 보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방탕한 둘째 아들에게도 회개의 기회를 갖게 하여 마침내는 아버지 품에 돌아 와 사랑과 평화를 듬뿍 받는 기쁨을 누리게 한다.

 

이에 열심히 부모의 말을 순종하여 착실하게 살아 온 첫째 아들을 분노에 휩싸이게 한다. 자신의 성실성과 근면성에는 보답으로 상을 받은 기억이 없어지고 당시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물려 받을 수 있는 재산을 둘째 아들에게 준 그릇됨을 비롯하여, 그나마 다 탕진하고 돌아 온 탕자에게 잔치를 베푸는 아버지의 모습에 공평치 못한 처사와 편협한 애정에 대해 피가 거꾸로 솟는 배반감을 맛 보았을 것이다.

 

첫째 아들은 화가 나서 자신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성실하게 살아 왔기에 하느님으로 부터 받았던 축복과 평화, 세세에 전해졌던 복된 희망이 언제 있었느냐는듯이 까맣게 잊어 버리고 당장에 보이는 자신의 불이익에 반기를 내세운다.

 

따지고 보면 둘째 아들은 자신의 의지로 재산을 탕진하면서 온갖 피나는 고생을 다 하였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돼지들이 먹는 열매 꼬투리로 허기를 채우려 했을까. 제 정신이 들어 자신의 행실에 반성하면서도 아버지께 돌아갈 염치가 서지 않았을 것이고 나날이 죽음과 배고품, 추움과 서러움에 지쳐가다가 용기를 내어 아버지 집에 돌아가 아들의 자격이 아니라 품팔이라도 써 달라고 애원하게 된 것이다.

 

첫째 아들은 경험해 보지도 못한 최악의 삶을 둘째 아들은 두루 섭렵했을진데 어찌 잔치에 융숭한 대접을 받는 단편적인 장면에 화가 들끓는 넉넉치 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어느 나찌의 한 장교가 죽음을 코앞에 두고 진정 회개하여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에 한 수도자가 진정 구원의 몫은 하느님의 권한이므로 우리가 왈가왈부할 성질이 못 된다고 한다.

 

얼마전 나도 박해를 가해 왔던 딸애의 학교 간호사와 의사가 원망스럽고 괴씸해서 악담을 퍼 붓고 싶고 저주하고 싶은 욕망을 꾹 누르고 그들은 위해 기도하는게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고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했더니 하느님께서 복을 내려 주셨다.

 

남편은 법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수집하고 의학적인 근거를 찾느라 동분 서주하면서도 나에게 초조해 하거나 화 낼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하느님께서 좋게 해결해 주실 것이므로 담담하게 지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더니 뜻밖에 그들로부터 우리 부부의 경험을 우선시 하여 우리 뜻에 맞는 guideline을 받아 들게 되었다.

 

아울러 딸애의 가래 생기는 정도가 아주 빈약해지는 영광까지 받게 되었다. 학교에 일주일에 서너번 불려 가던 것이 요즈음은 거의 부르지 않는 주가 여러번 되고 딸애의 가래를 뱉어 내는 기침소리가 아주 커졌다.

 

오늘 복음의 첫째 아들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 온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고 공평치 못한 대우를 받는 것 같이 생각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미 하느님은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 온 우리들에게 많은 복을 주시고 있는 것과 앞으로 더 큰 상을 주신다는 희망을 잠시 잊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모두가 잘 살아 주고 사랑으로 훌륭한 공동체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은 주님께서는 알게 모르게 우리를 다른 모습의 퍼즐로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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