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제의 일기]* 침묵 속에 있는 하늘의 뜻 ... 이창덕 신부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8 조회수1,00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영원한 이방인의 가슴을

온 몸과 마음으로 감싸 안고 그 영혼에

흘러 넘치도록 자신의 모두를 쏟아 부어 온 여인이 있다.

 

간혹 힘에 부치면

구름 낀 하늘에 손짓하며

용기의 깃발이 펄럭이기를 간구했다.

 

때로는 그 이방인의 뒷전에서

반쯤 감은 눈에 매어 달린 고통을 행복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꾸만 넘어졌다.

그리고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아우성이 되어 울렸고..

 

그 소리는 되돌아 와서

입술을 움직여 놓고는 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군대에서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연인도 슬그머니 떠났고  부모 친척도 없기에 

동네사람들이,

생각나면 던져주는 밥을

온몸으로 기어서 받아 먹으며 살았다.

 

세상과 동떨어진 토굴에서 살았기에

이방인이라 불렀다.

 

몸도 마음도 부셔져 내려

더는 삶과 싸울 수 없어 죽어 가고 있었다.

 

어쩌면 고달픈 삶의 굴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이

유일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일생을 헌신하겠다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타났다.

많은 이들의 만류와 의구심 속에서 둘은 결혼을 했다.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잠을 자 보지 못했다는 그 여인의 사랑이,

포기한 영육을 소유한 것이다.

 

연약한 몸으로 콩나물 시루를 이고 온 동네를 헤매면서,

또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 내면서..

 

15 년을 하루같이 드린 그 여인의 기도가

주님이 없는 허공 속에서

신념을 찾는 악물림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이제 남편에게 휠체어도 사주었고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냈다.

 

그러나 늙어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가득찬 사랑도

하느님의 침묵을 깰 수는 없었다.

 

하반신을 사용하지 않아

조금의 충격에도 다리와 척추가 부러졌다.

벌써 예닐곱 번이나 그랬고

그때마다 그 여인은  치료비 때문에 발을 굴렀다.

 

그날도 휠체어를 타고 미사 참례하러 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졌다.

현장을 쫓아가 보았더니

 

당사자는

감각이 없어

웃고 있었고...

 

아내는

부러진 남편의 다리를 붙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침묵인 하늘을 - - -

 

영원한 침묵의 심연 속에서

하느님의 미소가 메아리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또 오늘을 극복하겠지.. 하며

나도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침묵의 소리가 더욱 친근하게 되어 버렸다.

폭풍우가 한 차례 지난 후

간혹 햇빛의 빛살을 가르는 구름이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하느님의 침묵을 사랑해서인가.

 

"아버지,  나의 생명을 당신의 손에 맡기나이다" 라며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며 귀의하신

주님을 흉내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세상은

하느님만의 창조가 아니고

우리들의 아픈 응답에서 이루어짐을 모를 때

 

침묵은..

입을 다문 것으로 끝나는 것임..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

.

  

입원한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찾는다는 것이다.

눈보라가 내려치는 밤이었다.

 

병상에서 그 할머니는 내 귀를 가까이 불렀다.

"신부님, 억울합니다. 이대로 죽는 것이 억울합니다."

 

갈 곳이 없을 때도,

헤매이다가도,

어둡고 외로울 때에도 "도와 주소서" 했지만

 

그때마다

주님은 굳은 거절을 하시듯

침묵을 지키셨다.

 

그 할머니의 가슴은 늘 찬 바람을 맞아야 했으며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고 얘기하곤 했다.

 

할머니는

주님의 눈을 떠나 방황하던 삶을 회상하는듯 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한이 매듭지어

한량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끊일 듯하다가 이어질 때 마다

얘기들이 너무 참혹해,

끊어지길 바라면서 콧등을 연신 찍어대야 했다.

 

쇠약해진 몸에다가 오랫동안 얘기를 해서

혀가 굳어지는 모양이었다.

혀 대신 눈물로 말하는 할머니...

 

결혼후,

아기를 갖지 못해서 여러사람 눈치에 못이겨

예쁜 색시를 남편에게 얻어주고 집을 나와 행상을 했다.

 

조그만 보따리로 이집저집 다니며 쓰러질 것같을 때마다

성당에 가서 하느님께

조금만 편히 살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고 했다.

 

천년을 하루처럼 살아 이제 칠순을 앞두고 있는데

일생 모은 돈 50 만원을 날치기 당해서

그 충격으로 병을 얻었다는 것이다.

 

잊어버릴 수 없는 그 충격으로 할머니는

영영 침묵만 지키시던 하느님 곁으로 가셨다.

 

장례식날,

그 영구차에 실린 할머니가

영겁의 겨울 안개 속으로 사라졌을 때..

 

난 하늘을 보았지만

여전히 무거운 침묵이었다.

 

내 영혼의 간절한 기도로

하느님의 발길을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간구가 부르짖음이 되어

하느님을 재촉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 아픈 얘기들을 간직하며

숨겨진 하느님의 지혜 속에서

 

나의 삶을 

하늘 뜻에 따라

침묵 속에서

오늘도 산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