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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관계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3-18 조회수667 추천수7 반대(0) 신고



복음: 루카 15,1-3.11-32

신약 성경의 백미라는 대목이다.
수없이 묵상해본 대목이지만.
오늘은 이 안에 들어있는 호격과 소유격에 자동적으로 마음이 멈췄다.

.........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저 사람'으로 부른다.
또한 세리들과 죄인들을 향해서는 '그들'이라고 말한다.

'저 사람'.
'그들'
모두 거리가 느껴진다.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드는 것과는 사뭇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예수님은 두 아들의 이야기를 비유로 들려주신다.

비유 안에 등장하는 두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도
같은 관점으로 다가온다.

작은 아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당당하게 부른다.
자기에게 돌아올 재산을 미리 챙겨달라고 요구하면서.

마치 그 재산이 자기 것이 아니며
아버지 것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보인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들들'에게 가산을 나누어준다.
"아들들"?

 

재산을 달라고 요청한 아들 뿐 아니라
요청하지 않은 아들에게까지도
재산을 나누어주었음을 나는 오늘 처음 보았다.

어떻든 아버지는 재산을 말없이 나누어주었다.
그렇게해서 재산은 비로소 작은 아들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작은 아들은 '자기 것'을 모두 챙겨 떠난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이내 '자기 재산'을 허비하고 모두 탕진했다.

제 정신이 돌아온 아들에게 떠오른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내 아버지"다.

소유에 눈이 멀어있을 때는 존재는 사라진다는 말인가?

소유가 다 없어지고 나니까 아버지를.

그것도 '내 아버지'임을 알아보는 아들.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아들.
전에는 '아버지와 아들'로 서로 따로 따로 맞대면해 있었다면
이제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신이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아들은 '아버지의 품팔이꾼'으로라도 있기를 원하지만
돌아온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  

"나의 이 아들"을 다시 찾았다며 기뻐 어쩔줄 모른다.


좋은 옷을 입히고 반지를 끼우고 신발을 신겨주는 것은

아들의 품위로 복원시키는 것이라고 배웠지만.

그것이 아니다.

 

그런 겉치레를 꾸며주기도 전에.

살진 송아지를 잡고 잔치를 베풀기도 전에. 
아버지 마음에는 늘 "나의 아들"로 가득 차 있었음이

하인에게 이르는 '나의 이 아들'에서 드러나고 있다.

.............


밖에서 돌아온 큰 아들에게 하인들이 '아우님' 소식을 전하지만
큰 아들은 아버지의 처사에 대한 불평으로 가득 차 있다.

큰 아들에게 있어 작은 아들은 오로지 '저 아들'이다.
'아버지'의 아들이지, 자기 '아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도 소유가 먼저고 존재는 나중인 아들이 또 있었다.

 

아버지는 또 큰 아들을 달랜다.
큰 아들의 관심사도 오로지 '아버지의 것'에 있었으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신다.

"내 것이 다 네 것이 아니냐?"

 


나와 너!
상관없는 나와 너가 아니라
내 것과 네 것이 구분없는,
서로의 소유를 나누는 '나와 너'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눠야할 소유는 재산 뿐만이 아니다.
집에 돌아온 작은 아들,
"'나의 이 아들'은 '너의 저 아우'"라고 알아듣도록 타일러주신다.

아버지와 두 아들.
아버지는 오로지 아들들과의 관계에만 마음이 쏠려있는데
아들들은 '아버지의 것'에만 마음을 두고 있었다.

...............

그렇다.

인간은 관계로 존재한다.

신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과 나의 관계.

나에게 있어서 그분은 '저' 하느님으로.
'그분이 주시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관계인가?

아니면 "나의 아버지"로.
아버지의 행복이 나의 행복, 아버지의 불행이 나의 불행인
아버지의 자녀인 나로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가?

나와 너의 관계.

 

아버지의 자녀들로서 서로 서로 형제적 사랑의 관계을

돈독히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느님과 나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신앙인이든 아니든 어디서나 관계가 관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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